슈퍼컴퓨팅 기업과 연구원들의 미지급 급여 퇴직금 사건

슈퍼컴퓨팅 전문기업에 입사하여 신규 사업을 추진하던 두 연구원(원고 A, B)이 사업 부진을 이유로 급여 삭감 및 미지급 사태를 겪은 후, 회사(피고 C)를 상대로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 등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급여 삭감 및 무보수 근무 합의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이지 않고 미지급된 급여와 퇴직금을 연구원들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슈퍼컴퓨팅 기업의 신규 사업에 참여한 연구원 중 한 명으로, 월 1,400만 원의 급여를 약정했으나 급여 삭감 및 미지급이 발생하자 퇴사 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원고 B: 슈퍼컴퓨팅 기업의 신규 사업에 참여한 연구원 중 한 명으로, 월 880만 원의 급여를 약정했으며 미지급된 급여와 퇴직금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피고 주식회사 C: 학술연구용 초고성능 컴퓨터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원고들을 고용하여 신규 사업을 진행했으나 사업 성과 부진으로 임금 관련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분쟁 상황

피고 주식회사는 D대학교로부터 석유탐사 자료처리기술을 이전받아 'H'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원고 A, B는 D대학교 연구원 출신으로 이 신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피고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원고 A은 월 1,400만 원, 원고 B는 월 880만 원의 급여로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신규 사업의 성과가 부진하자 피고는 원고 A의 급여를 월 880만 원으로 삭감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2022년 말에는 사업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피고는 원고들에게 해고를 통지했으나, 원고들은 2023년 6월까지 무보수로 근무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피고는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은 급여 지급 유예라고 주장). 실제로 2022년 11월과 12월 급여는 미지급되었고, 2023년 1월부터는 월 300만 원만 지급되었습니다. 원고 A은 2023년 3월 31일 권고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했으며, 원고 B는 2023년 7월 1일 다른 연구소로 이직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에게 미지급된 급여, 해고예고수당 (원고 A), 그리고 미지급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 A의 월 급여 삭감 합의(1,400만 원에서 880만 원으로)가 유효한지 여부.
2. 2022년 11월 이후 원고들의 무보수 근로 또는 급여 지급 유예 합의가 성립되었는지 여부.
3. 원고 A의 퇴사가 자발적 사직인지 아니면 피고에 의한 해고인지 여부(해고예고수당 청구 관련).
4. 퇴직금 산정 시 적용되어야 할 평균임금이 실제 지급된 급여인지, 고용계약상 약정된 급여인지 여부.
5. 원고 A의 2020년 미지급 급여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에게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는 원고 A에게 64,482,626원 및 그중 10,400,000원에 대해서는 2021년 1월 15일부터, 17,600,000원에 대해서는 2023년 1월 16일부터, 17,400,000원에 대해서는 2023년 4월 17일부터, 19,082,626원에 대해서는 2023년 7월 6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5년 1월 21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는 원고 B에게 81,103,514원 및 그중 17,600,000원에 대해서는 2023년 1월 16일부터, 34,800,000원에 대해서는 2024년 1월 15일부터, 28,703,514원에 대해서는 2024년 3월 15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5년 1월 21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각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 A과 피고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 A이 70%, 피고가 30%를 각각 부담하고, 원고 B와 피고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 B가 50%, 피고가 50%를 각각 부담한다.
5. 판결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결론

법원은 원고들의 급여 삭감 및 무보수 근로 합의 주장에 대해 피고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고 일부는 부정하였으며, 원고 A의 퇴사는 자발적 사직으로 판단하여 해고예고수당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퇴직금 산정 기준은 고용계약상 약정 급여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보았고, 원고 A의 2020년 미지급 급여에 대한 소멸시효는 피고의 일부 변제로 인해 중단된 것으로 판단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의 예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해고예고수당의 근거가 되는데, 이 사건에서 원고 A은 해고예고수당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원고 A의 퇴사가 자발적 사직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근로자의 퇴사 사유(해고, 자발적 사직)가 이 법 조항의 적용에 매우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 (평균임금의 정의 등): 평균임금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됩니다. 이 조항은 평균임금 산정이 곤란하거나 부당한 경우 그 기준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월 급여 지급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이 무보수 합의가 아닌 '지급 유예'로 인정되었으므로, 퇴직금 산정 시 실제 지급된 낮은 급여가 아닌 고용계약상 약정 급여(원고 A은 1,400만 원에서 880만 원으로 합의된 금액, 원고 B는 880만 원)가 평균임금의 기준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받아야 할 근로의 대가를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나타냅니다.
• 민법상 소멸시효 및 시효 중단: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그러나 채무의 일부 변제는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법률적 효과를 가집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 A의 2020년 미지급 임금에 대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가 2021년 4월 30일에 미지급 임금의 일부를 변제한 사실이 인정되어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소멸시효 기간이 다시 시작되어 원고 A의 청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급여 삭감 및 무보수 합의 시 명확한 문서화: 회사와 급여 삭감 또는 일정 기간 무보수 근무에 합의하는 경우, 그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기간, 조건, 향후 급여 회복 여부, 일시적 유예인지 완전한 포기인지 등)을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고 상호 서명하여 보관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는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 퇴직 사유의 명확한 확인: 퇴사할 때 해고인지, 권고사직인지, 자발적 사직인지 여부를 분명히 확인하고 관련 서류(사직서, 해고통지서, 퇴직확인서 등)에 명시해야 합니다. 이는 해고예고수당, 실업급여 등 향후 받을 수 있는 권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임금채권 소멸시효 유의: 임금채권은 원칙적으로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미지급된 임금이 있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만약 회사가 미지급 임금 중 일부라도 지급했다면, 이는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증거(입금 내역 등)를 잘 보관해야 합니다.
• 퇴직금 산정 기준 확인: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만약 임금 체불이나 급여 삭감 등으로 인해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이 평소보다 현저히 낮게 산정될 우려가 있다면,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실제 고용계약상 약정 급여를 기준으로 산정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 근로계약서 및 급여 내역서 보관: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임금 지급 내역 등 근로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서류와 기록을 철저히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나중에 권리 주장을 할 때 핵심적인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