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원고인 A 주식회사는 멕시코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증권을 피고 B 주식회사로부터 약 563억 원에 양수하였습니다. 그러나 발전소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펀드의 투자 원금이 전액 상각되면서 원고는 큰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B이 펀드의 위험성에 대해 거짓, 과장 또는 중요사항을 누락하여 설명하는 기망행위를 했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C 주식회사는 해당 펀드를 설정·운용한 자산운용사로서, 피고 B과 공동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전문투자자이며 피고들이 제공한 자료를 통해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멕시코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에 대한 투자로 시작되었습니다. F이라는 회사가 이 발전소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들을 설립했고, 이 구조에서 이 사건 펀드는 이들 SPC 중 하나인 제1 지주회사가 제2 지주회사 지분을 담보로 받은 1억 6천만 달러 규모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였습니다. 펀드의 투자 성과는 발전소 운영 성과에 직접 연동되는 구조였습니다.
피고 B은 이 펀드의 원본가액 총액을 인수하는 계약을 피고 C과 체결한 뒤, 2019년 2월 15일 원고인 A 주식회사에게 펀드 수익증권 약 563억 원어치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투자금을 피고 B에게 지급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B으로부터 펀드 투자제안서, Q&A 자료, 법률실사보고서, 사업타당성 검토보고서, 재무모델 등의 자료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 10월경, 발전소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선순위 대출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기한이익상실사유가 발생했고, 관련 회사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 펀드 자산의 대출 원금은 전액 상각되었고, 원고는 약 98억 원만 회수하고 나머지 투자금은 손실을 보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B이 ▲Spark Spread 값 조작 ▲무담보 대출을 담보 대출로 설명 ▲F의 역할(후순위 대출) 누락 ▲인허가 취소 가능성 누락 ▲매출 변동성 누락 ▲사실상 불가능한 만기일시상환 가정을 통한 내부수익률 설명 ▲DSCR 산정 방법 조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펀드의 위험성을 고의로 숨기거나 잘못 설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 C도 자료 작성에 관여하여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들은 원고에게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제공했으며, 원고는 다수의 해외 발전소 투자 경험을 가진 전문투자자로서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검토하고 투자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투자금 회수 실패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시장 상황 악화 때문이며, 피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원고인 전문투자자 A 주식회사가 피고 B 주식회사로부터 펀드 수익증권을 양수하는 과정에서 피고들이 펀드의 위험성을 거짓, 과장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하는 기망행위를 하였는지 여부, 이에 따라 계약을 취소하고 투자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또는 자본시장법 위반 및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해외 발전소 채권 투자 경험이 풍부한 전문투자자로서, 피고들이 제공한 방대한 자료를 통해 투자 상품의 위험성과 주요 가정을 충분히 검토하고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의 기망행위나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위반 또는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투자 손실이 투자자 스스로 감수해야 할 예측 가능한 투자 위험의 실현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 판결은 주로 기망, 착오,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및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및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 또는 손해배상 책임: 민법은 의사표시의 내용에 착오가 있을 경우 일정한 요건 하에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망(속임수)에 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취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장래의 막연한 예측이나 기대가 달라진 경우에는 이를 착오로 보지 않으며, 기망행위가 인정되려면 고의적인 속임수와 이로 인한 상대방의 착오, 그리고 그러한 기망이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들이 제공한 자료에 이미 위험 관련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원고가 이를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보아 기망이나 착오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법) 상 투자자 보호 의무: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투자자에게 상품의 주요 내용과 위험을 설명할 의무(설명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제47조). 그러나 이 의무는 원칙적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적용되며, 원고와 같은 '전문투자자'(자본시장법 제9조 제5항 제3호)에게는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전문투자자라고 할지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매회사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부담할 수 있으나, 이때는 투자자의 투자 경험과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그 범위와 정도가 달라집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다수의 해외 발전소 투자 경험을 가진 전문투자자로서 관련 위험을 충분히 검토하고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보아 피고 B의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산운용회사의 투자자 보호 의무: 자산운용회사(피고 C)는 투자신탁을 설정하고 재산을 운용하는 자로서, 투자 상품의 수익 구조와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해야 할 1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산운용회사는 운용 대상 자산에 대한 정보의 진위를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불명확하거나 불충분한 정보가 있다면 이를 투자자에게 명확히 알려야 할 의무를 가집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C이 제공한 자료를 통해 펀드의 위험성이 충분히 설명되었고, 피고 C이 합리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거나 불명확한 사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및 제760조 (공동불법행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지는 조항(제750조)과 여러 명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조항(제760조)입니다. 원고는 피고 B의 기망행위와 피고 C의 자료 작성 관여가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이 기망행위나 자본시장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공동불법행위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유사한 투자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제공된 자료의 철저한 검토: 투자제안서, 사업타당성 보고서, 재무모델 등 피고측에서 제공한 모든 자료를 매우 꼼꼼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숨겨진 시트나 각주 등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무 지표 및 가정의 이해: Spark Spread, 내부수익률(IRR), DSCR(Debt Service Coverage Ratio)과 같은 핵심 재무 지표가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그리고 그 계산에 어떤 가정이 적용되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만기일시상환(Bullet Repayment) 가정이나 리파이낸싱(대환대출) 가능성 등은 사업의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해당 가정의 현실성과 그에 따른 위험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업 구조 및 담보의 실질적 가치 파악: 투자 대상 사업의 복잡한 지주회사 구조와 각 단계별 대출의 담보가 무엇인지, 선순위 대출의 담보권 실행이 다른 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 담보의 실질적인 가치와 접근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Sponsor(사업주)의 역할 및 인센티브 확인: Sponsor의 역할이 단순한 지분 투자자인지, 아니면 사업의 성공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추가적인 지원을 할 동기가 있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Sponsor가 투자금을 이미 회수했거나 배당금으로 유출한 경우, 사업 위험 발생 시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내외부 환경 변화 위험 인지: 정부 정책 변화, 거시경제 환경(예: 전력 시장 가격 변동, 연료 가격 변동) 등 투자 대상 사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인에 대한 위험 고지 내용을 간과하지 않고, 최악의 시나리오(Downside)를 가정했을 때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인허가 및 사업 지속성 위험: 발전소 인허가의 만기, 취소 가능성 등 사업의 영속성과 직접 관련된 위험 요소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전문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 전문투자자는 일반투자자와 달리 투자자 보호 의무의 범위가 축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투자 상품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는 자기 책임 원칙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