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 끊은 남편의 보험금, 심신상실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

망인 H의 배우자와 자녀들(원고 A, B, C)은 망인 H가 자살하자 보험회사(피고 주식회사 D)에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고의 자살이므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원고들은 망인이 심각한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심신상실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보험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망인 H의 배우자이자 보험금 청구인 중 한 명입니다.
• 원고 B, C: 사망한 망인 H의 자녀들이자 보험금 청구인들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D: 망인 H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당사자입니다.

분쟁 상황

망인 H는 2011년 피고 보험회사 D와 상해사망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은 피보험자가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 일반상해사망보험금 50,000,000원을 지급하고,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 시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나,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 2월 25일 망인 H는 자택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어 자살했습니다. 망인의 상속인인 배우자 A와 자녀 B, C는 망인이 심각한 우울증 및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했다고 주장하며, 피고 보험회사에 총 100,000,000원(원고 A에게 42,857,142원, 원고 B, C에게 각 28,571,428원)의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보험사는 망인의 자살이 고의에 의한 것이며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피보험자(망인 H)의 자살이 보험계약 약관에 명시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즉, 망인이 우울증 및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는지 여부가 주요 다툼의 대상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피고 보험회사는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망인이 평소 우울증 및 알코올 의존증의 증상을 보이며 치료를 받았던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망인이 평소 '살아서 뭐하냐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고 2017년 7월경 자살을 시도했던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보복 운전 및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심적으로 힘들어했던 점, 사고 당일 술을 마셨으나 병적 명정 상태에 빠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망인이 정신질환이나 극도의 흥분·불안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상태, 또는 병적 명정 상태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기 어렵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평소 생각하던 자살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사고는 보험사의 면책 사유에 해당하여 원고들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상법 제659조 제1항 (면책사유에 관한 규정)​: 이 조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보험자인 망인의 '고의'에 의한 자살이 보험사의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 상법 제732조의2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의 무효)​: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는 계약체결 시에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계약 체결 시점을 다루지만, 판례는 자살의 면책 여부를 판단할 때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능' 개념을 유사하게 적용합니다.
• 대법원 판례의 법리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 결과를 발생시킨 행위를 의미합니다. 다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고의에 의한 자살로 보지 않아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여기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정도, 자살 직전의 구체적인 상태, 주변 상황, 자살 무렵의 행동,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동기, 경위,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이 우울증 및 알코올 의존증을 앓았음은 인정했지만,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보험사의 면책을 인정했습니다.

참고 사항

만약 가족 구성원의 자살로 인해 보험금을 청구하려 한다면,

• 심신상실 입증의 중요성: 보험 약관상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합니다. 다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 이 상태를 유가족 측에서 명확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우울증이나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종합적인 고려 요소: 법원은 자살자의 나이, 성격, 신체적·정신적 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정도, 자살 직전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 자살 무렵의 행동,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동기, 경위,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신상실 여부를 판단합니다.
• 객관적인 증거 자료 준비: 정신과 치료 기록, 입원 기록, 의사의 소견서, 자살 직전의 행동을 증명할 수 있는 주변인 진술, 유서 등 망인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