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펀드 손실 감추려 돌려막기 투자하고 사적 이득 취한 사건

피고인은 사모집합투자업체 H 주식회사의 최고운용책임자로서, 자신이 운용하던 일부 펀드에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다른 펀드의 자금을 이용해 부실 자산을 인수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거래를 주도하여 펀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법인의 자금 6억 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횡령하고,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자금을 특정 기업에 투자해 주는 대가로 해당 기업 회장으로부터 약 7,600만 원 상당의 개인적 이득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재판부는 '돌려막기'로 인한 업무상 배임, 법인 자금 횡령, 금품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0년 및 벌금 3억 원을 선고하고 추징금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횡령 혐의와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C: 사모집합투자업체 H 주식회사의 상무, 부사장 및 최고운용책임자(CIO)로서 펀드 운용 업무를 총괄한 자.
• H 주식회사: 피고인이 근무하며 펀드를 운용했던 사모집합투자업자.
• H 펀드들(M 펀드, X 펀드, AL 펀드, AM 펀드, AN 펀드, BO 펀드, BP 펀드, BQ 펀드, BR 펀드, BS 펀드, BZ 펀드): 피고인이 운용을 총괄했던 여러 투자 펀드들.
• D, E, F, G 주식회사: 재무상태 악화 또는 부실사유가 발생하여 피고인의 펀드들이 투자했던 채권 및 사채를 발행한 회사들.
• AG 주식회사, J 주식회사, AZ 주식회사, BB 주식회사, BL 주식회사, BM 주식회사, BN 주식회사: 피고인의 '돌려막기' 거래에 동원된 도관업체(실질적 사업 능력 없이 자금 통로 역할만 한 회사들).
• K그룹 회장 AX: 피고인의 펀드 자금을 투자받는 대가로 피고인에게 운전기사 급여 및 차량 리스료 등의 이득을 제공한 자.
• AY: 피고인의 지인이자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J 주식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
• W: H 주식회사 대체투자운용본부장으로서 피고인의 '돌려막기' 거래에 일부 공모한 자.

분쟁 상황

피고인 C는 2015년 10월부터 H 주식회사에서 펀드 운용을 총괄했습니다. 2019년경 H이 운용 중이던 X 펀드 등에 투자된 D, E, F, G 주식회사의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발행사의 감사의견 거절, 주권매매거래 정지, 횡령·배임 혐의 공시 등으로 부실화되면서 대규모 투자 손실이 예상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손실이 펀드 기준가에 반영될 경우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과 신규 투자 유치 실패를 우려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부실 자산의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H 펀드(주로 M 펀드)의 자금을 동원하여 AG, J, AZ, BB 등의 도관업체(실질적인 사업 능력 없는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실 채권을 액면가 상당으로 인수하는 '돌려막기' 거래를 계획하고 실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도관업체들에 충분한 담보도 확보하지 않은 채 자금을 투자하고, 기존 투자 펀드의 자산을 매각하는 형태로 거래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지인 명의로 설립한 J 주식회사(화장품 수출업체)의 자금 6억 원을 자신의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 사용했습니다. 이 자금은 과거 피고인의 콜옵션 행사대금 마련 과정에서 생긴 여러 회사 간의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H 펀드의 자금 수천억 원을 K그룹에 투자해 주는 대가로 K그룹 회장으로부터 자신의 운전기사 급여 및 차량 리스료 합계 약 7,600만 원 상당의 사적인 이익을 수수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집합투자업체 임직원인 피고인이 특정 펀드의 손실을 감추기 위해 다른 펀드의 자산을 이용하여 부실 자산을 인수하는 '돌려막기' 거래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는지 여부.
2.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법인의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횡령했는지 여부.
3. 펀드 투자를 대가로 특정 기업으로부터 사적인 이익을 수수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수재등)을 위반했는지 여부.
4. 특히 펀드(투자신탁) 자체를 배임죄의 '타인'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펀드의 '투자자'를 '타인'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있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0년 및 벌금 3억 원을 선고하고,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300일간 노역장에 유치하며, 피고인으로부터 76,767,851원을 추징하고 이 벌금 및 추징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주요 유죄 판단:

1. 각 업무상 배임 및 각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D, E, F, G 회사 채권 '돌려막기' 거래에 대해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부실화된 채권을 다른 펀드로 '돌려막기'하여 기존 펀드의 손실 인식을 회피하고 새로운 펀드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가한 혐의가 인정되었습니다.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J 법인의 자금 6억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3.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피고인이 K그룹에 펀드 자금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K그룹 회장으로부터 운전기사 급여 52,250,010원 및 차량 리스료 24,517,841원 등 총 76,767,851원 상당의 이익을 수수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주요 무죄 판단:

1. '돌려막기' 거래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 (주위적 공소사실)​: 펀드(투자신탁 형태의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 자체는 배임죄의 '타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리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각 업무상 배임죄' (피해자를 '투자자들'로 하여)는 유죄로 인정되어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2. M 펀드 자금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 M 펀드 자금 10억 원 횡령 혐의는 H 내부 절차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졌고, 상당 부분이 실제 운영 자금으로 사용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3.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 (P 펀드 관련)​: P 펀드 자금을 M, HO 펀드 환매 자금으로 사용할 의도로 기망하여 투자금을 편취했다는 혐의는 펀드 설정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자금의 상당 부분이 실제 무역매출채권에 투자된 점 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인이 집합투자업체 최고운용책임자로서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부실 자산의 손실을 은닉하기 위해 '돌려막기'식 펀드 운용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법인 자금 횡령 및 직무와 관련하여 사적인 이익을 수수한 점도 금융투자업 종사자로서의 청렴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보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특정 펀드 자금 횡령 및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유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특히 펀드(투자신탁) 자체는 배임죄의 '타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리적 판단이 있어 주위적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되었으나, '투자자들'을 피해자로 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업무상 배임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업무상 배임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30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펀드 운용사는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집합투자재산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운용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이 부실 자산을 다른 펀드로 '돌려막기'한 행위는 이러한 임무를 위배하여 투자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되었습니다.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제444조 제8호, 제85조 제4호)​: 이 법은 집합투자업자가 특정 집합투자기구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의 '돌려막기' 거래는 기존 펀드의 손실을 신규 펀드로 이전하여 기존 펀드의 이익을 도모하고 신규 펀드의 이익을 해한 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3.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제3조 제1항 제2호)​: 업무상 배임죄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가중 처벌됩니다.
4. 업무상 횡령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 업무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했을 때 성립합니다.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법인의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여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득액이 5억 원 미만이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횡령이 적용되었습니다.
5.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등) (제5조 제1항, 제4항 제2호, 제5항)​: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피고인이 펀드 투자를 대가로 K그룹 회장으로부터 운전기사 급여 및 차량 리스료를 받은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6. 배임죄의 '타인' 개념에 대한 법리: 재판부는 투자신탁 형태의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펀드)는 그 자체로 법인격 없는 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배임죄의 '타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펀드 운용자의 임무는 '투자자'에 대한 신관관계에 기초하므로, '투자자'가 피해자인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고액의 배임죄에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주위적 공소사실이 무죄로 판단된 주요 이유이며,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된 근거가 됩니다.

참고 사항

1. 펀드 투자의 투명성 확인: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 운용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 투자 결정 과정의 투명성, 그리고 자산 평가 기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불확실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 자산의 담보 가치와 회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2. 이해 상충 방지: 펀드 운용사가 자사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특정 펀드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됩니다. 투자자는 펀드 운용사의 거래 상대방이나 투자 결정이 이해 상충의 가능성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도관업체의 위험성 인지: 자산 운용 과정에서 실질적인 사업 능력이 없는 '도관업체'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거나 자산이 거래되는 경우, 이는 부실 은폐나 자금 세탁 등 불법적인 목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불투명한 거래 구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4.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 윤리: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거나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며, 투자 신뢰를 크게 훼손합니다. 투자자는 운용사의 윤리 경영 및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주시해야 합니다.
5. 배임죄의 '타인' 개념: 법적으로 '펀드' 자체가 배임죄의 피해자인 '타인'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명확히 피해자로 인정됩니다. 따라서 펀드 운용자의 위법 행위가 발생하면 최종 피해자는 투자자들이므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구제 수단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