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B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피고인 A는 S(공공기관)가 발주한 건설사업 관리용역의 기술심사평가위원으로 위촉되어 입찰 심사를 담당했습니다. 피고인은 두 차례에 걸쳐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해당 업체에 좋은 점수를 준 대가로 현금 1,000만 원과 6,000만 원, 총 7,000만 원을 수수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을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뇌물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 및 벌금 1억 원, 추징 7,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과 검사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뇌물죄의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인 뇌물죄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배임수재죄를 유죄로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 및 추징 7,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B대학교 교수로, S가 발주한 건설사업 관리용역의 기술심사평가위원으로 위촉되어 용역 입찰 참여 업체들의 기술력과 수행역량 등을 심사, 평가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는 공정하게 심사업무를 수행하고 부정한 청탁을 거절해야 할 임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1월 사이, 두 건의 건설사업 관리용역 입찰 심사에서 특정 컨소시엄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총 7,000만 원의 현금을 수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가 S의 건설사업 관리용역 입찰 심사위원으로서 금품을 수수한 행위가 형법상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또는 '배임수재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뇌물죄의 주체가 되는 '공무원'으로 의제될 수 있는지, 공무원 의제 규정의 엄격한 해석 범위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7,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뇌물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배임수재죄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S의 용역 입찰 심사업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공정하게 심사해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했으므로,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F 용역 관련해서는 사실상 청탁 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었던 점, 수수한 금품의 액수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이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죄책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자발적으로 일부 범행을 진술한 점, 적극적인 금품 요구 행위로 보이지 않는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공공기관 위원이 뇌물죄의 '공무원'으로 인정되는 범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보여주면서도, 공공성이 있는 업무를 수행하며 부정한 이익을 취한 경우 '배임수재죄'로 강력히 처벌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피고인은 비록 뇌물죄의 공무원으로 의제되지 않아 처벌 수위가 낮아지기는 했으나, 그 직위를 이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공공분야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드러낸 사례입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 (배임수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취득하게 한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S의 용역 입찰 심사위원으로서 공정하게 심사해야 할 임무를 위반하고, 부정한 청탁을 받고 총 7,000만 원을 수수했으므로 이 죄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법 조항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면 처벌한다는 점에서 뇌물죄와 구분됩니다.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을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뇌물죄를 적용하려 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뇌물죄의 공무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 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헌법 원칙입니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법원은 S의 기술심사평가위원을 뇌물죄의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넓게 해석하는 것을 제한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국가계약법) 제35조 및 동 시행령: 이 법은 입찰·낙찰 관련 위원 중 공무원이 아닌 위원을 뇌물죄 적용 시 공무원으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S가 이 법에서 정하는 '중앙관서의 장'이나 '계약담당공무원'에 해당하지 않아 S의 위원회가 국가계약법상 공무원 의제 대상이 되는 위원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3항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2조 제5항: 이 규정들은 공공기관 계약에 국가계약법령을 준용할 수 있도록 하지만, 법원은 이 위임 규정의 목적이 회계처리나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관한 것이지,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규정을 근거로 뇌물죄의 공무원 의제 규정을 준용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공무원의 직무 관련성 및 범위: 뇌물죄의 직무에는 법령상 직무뿐만 아니라 밀접한 관련 행위나 사실상 관여하는 직무행위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국립대학교 교수의 본래 직무(교육·연구)와 S 심사위원으로서의 직무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뇌물죄의 공무원에는 '법령에 기하여 공법인의 사무에 종사하는 자'도 포함되지만, S의 심사위원 위촉 근거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행정규칙에 불과하여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사업의 심사위원 등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면, 법령상 공무원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는 '배임수재죄'로 엄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공공성이 강한 업무는 높은 수준의 청렴성이 요구되며,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비록 '뇌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배임'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입찰 평가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관행적으로 금품을 받는 행위는 불법이며, 자신의 직위와 영향력을 남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한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공정한 업무 처리를 위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어떠한 형태의 부당한 청탁도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