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업체의 수출용 보툴리눔 독소 국내 판매 사건

의약품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 A는 수출용으로만 허가받고 국내 판매 허가 및 출하 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 독소 제제 의약품 'E 100단위' 총 538,360개를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7개 국내 수출업체에 72억 917만 7천 원 상당을 판매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의 법률 착오 주장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A에게 벌금 1천만 원, B에게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보툴리눔 독소 제제 의약품 'E'를 제조·판매하는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 국내 판매 허가 및 출하 승인 없이 수출용 의약품을 국내 수출업체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 피고인 주식회사 B: 보툴리눔 독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 'E'의 제조·판매 법인. 대표이사의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한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주식회사 B는 보툴리눔 독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E 100단위' 의약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출용 품목허가만 취득했을 뿐 국내 판매를 위한 허가나 출하 승인은 받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해외 직접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피고인 A는 해외 유통망을 가진 국내 수출업체에 의약품을 유상으로 판매하고 이들이 다시 수출하는 '간접수출' 방식을 택했습니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40회에 걸쳐 7개 국내 수출업체에 53만 8천여 개의 의약품을 약 72억 원에 판매했으며, 이는 국내 판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다투었습니다.

핵심 쟁점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을 국내 수출업체에 유상으로 판매한 행위가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고인들이 법률 위반에 대한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 A에게 벌금 1,000만 원, 피고인 주식회사 B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가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했으며, 양 피고인에게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수출용 의약품을 국내 수출업체에 유상으로 양도한 행위를 약사법상 '판매'로 인정하고, 피고인들의 법률 착오 주장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의약품의 건전한 유통체계와 판매질서 유지를 위한 약사법의 취지를 강조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는 주로 약사법과 형법의 일부 조항들이 적용되었습니다.

• 약사법 제31조 제2항 (의약품의 제조 및 품목허가)​: 의약품 제조업자가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품목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제조판매품목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합니다.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은 판매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들은 수출용 허가만 받았을 뿐 국내 판매 허가는 받지 않아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 약사법 제53조 제1항 (생물학적 제제의 출하 승인)​: 생물학적 제제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출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피고인들은 수출용 의약품이라며 출하 승인을 받지 않아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 약사법 제61조 제1항 제2호 (무허가 의약품 등의 판매 금지)​: 품목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약품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는 국내 판매 허가가 없는 의약품을 판매한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가 됩니다.
• 약사법 제93조 제1항 제4호, 제9호, 제10호 (벌칙 조항)​: 위에서 언급된 약사법 조항들을 위반했을 때의 처벌 규정입니다.
• 약사법 제97조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해 약사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 외에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조항입니다. 이에 따라 법인인 주식회사 B도 처벌받았습니다.
•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어떤 행위가 법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잘못 알았고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들이 주장한 간접수출 방식이 약사법상 '판매'가 아니라는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순히 법규를 잘못 해석한 것이 처벌 면제의 사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참고 사항

의약품은 국내 판매용과 수출용의 허가 및 관리 요건이 엄격히 구분됩니다. 수출용으로만 허가받은 의약품이라도 국내에서 유상으로 거래되거나 소유권이 이전된다면, 이는 국내 판매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국내 판매 허가 및 출하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간접수출' 방식이라 할지라도 의약품의 소유권이 국내 수출업체로 이전되고 그 판매 조건 및 상대방이 국내 수출업체에 의해 결정된다면, 약사법상 '판매'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약품 제조 및 유통 관련 법규는 국민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법규에 대한 오해나 관행적인 거래 방식이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하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