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모욕
피고인 A가 동창회 술자리에서 피해자 B가 동창 D을 '겁탈했다'고 말했다는 혐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은 발언 자체를 부인하고, 설령 발언했더라도 허위사실이 아니며 허위 인식도 없었다고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고, 발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19년 12월 7일경, 피고인 A는 의정부의 한 술집 2층에서 동창 G과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이후 친구 H와 I에 이끌려 1층 휴게실로 내려온 상황에서, H에게 '피해자 B이가 D을 겁탈했다'고 말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피해자 B와 D은 과거 약 1년간 교제했던 동창 사이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A가 동창회 술자리에서 '피해자 B가 D을 겁탈했다'는 명예훼손적 발언을 실제로 했는지 여부와, 만약 발언했다면 그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그것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고, 설령 발언했더라도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임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법리를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H의 진술이 다른 증거와 모순되는 부분이 많았고, 발언 내용의 당사자인 D은 피고인에게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이 발언 사실을 알게 된 경위도 불분명했습니다. 또한 D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성관계를 '겁탈'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표현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무죄의 판결): 이 조항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피고인의 발언 사실이나 그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해야 한다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의 원칙(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 결과입니다.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합니다. 특히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경우, 적시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여야 하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였어야 합니다. 발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면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의 사실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발언을 했다는 증명이 부족하고, '겁탈'이라는 표현이 D의 주관적 인식에 비추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이 조항은 '원심판결을 파기할 때에는 판결로써 다시 사실을 인정하거나 법률을 적용하여 판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항소심 법원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조항에 따라 새로운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형법 제58조 제2항: '무죄의 판결을 선고하는 때에는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청구가 있거나 또는 피고인에게 불리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은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증거의 명확성: 명예훼손죄와 같은 범죄는 발언의 유무와 내용의 진실성 여부가 중요하므로, 관련 발언을 들은 사람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는지, 다른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하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증인의 진술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거나 다른 증거와 모순될 경우 증거 능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허위사실의 판단: 발언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전체적인 맥락과 의미를 고려해야 합니다. 일부 과장되거나 세부적인 차이가 있더라도 핵심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당사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나 해석(예: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의 성관계를 '겁탈'로 인식하는 것)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사실을 알게 된 경위: 피고인이 명예훼손적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실을 허위라고 인식할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원인이 되는 정보 제공자의 진술이 없다면 발언의 허위성을 피고인이 인지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