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의 직장 내 성희롱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된 사건

한 병원의 물리치료사가 파견직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한 이유로 해임되었으나,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해당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습니다. 법원은 물리치료사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징계 수위인 해임은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과중한 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성희롱 행위의 정도, 횟수, 신체 접촉 여부, 근로자의 근무 태도 및 과거 포상 경력, 다른 징벌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학교법인 A: C병원을 운영하며 물리치료사 B를 해고한 사용자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부당해고 구제 재심 신청에 대해 해당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한 기관
• B (피고보조참가인): C병원 재활의학과 물리치료사, 직장 내 성희롱으로 해임 처분을 받았으나 부당해고를 주장한 근로자
• D (피해자): E 주식회사 소속 파견직원으로 C병원에서 근무하며 B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

분쟁 상황

2006년 병원에 입사하여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던 B는 2015년 9월경 파견직원 D에게 사탕상자에 콘돔을 넣어 보여주고 '요즘 너한테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2016년 3월 D의 성희롱 피해 제보 후 병원은 B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고, 2016년 9월 23일 징계위원회를 통해 B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하여 해임 처분을 의결, 10월 21일 통보했습니다. B는 이에 불복하여 2016년 11월 1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며, 지방노동위원회는 2017년 1월 9일 징계 사유는 인정되나 징계 양정이 과하다는 이유로 B의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병원 측은 이에 불복하여 2017년 2월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2017년 4월 12일 같은 이유로 병원 측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에 병원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핵심 쟁점

물리치료사 B가 사탕상자에 콘돔을 넣어 보여주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성희롱이 인정되더라도 해고 처분이 과도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B가 피해자에게 보낸 사적인 F 메시지가 징계 사유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쟁점도 있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인 학교법인 A의 청구를 기각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물리치료사 B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한 재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의 주요 판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F 메시지 사건: F 메시지 내용은 직접적인 성희롱으로 보기 어려우며, 징계 사유가 아닌 성희롱의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 사실 및 징계 양정 사유로 삼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F 메시지 사건이 징계 사유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재심판정의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직장 내 성희롱 인정: 상급자인 물리치료사 B가 사내연애 중인 나이 어린 여성 파견직원 D에게 직장 동료들 앞에서 콘돔이 든 사탕상자를 보여주며 '요즘 너한테 필요한 것 아니냐?'라고 발언한 행위는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 징계 양정의 과중함: 직장 내 성희롱은 인정되지만, 해임이라는 징계 처분은 과중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성희롱의 정도가 신체적 접촉이나 노골적인 표현이 없어 매우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성희롱 횟수가 1회에 그친 점, 물리치료사 B가 10년 넘게 근무하며 2차례 표창을 받았고 징계 전력이 없는 등 성실하게 근무한 점, 징계 이전에 약 7개월간 대기발령 조치를 받아 이미 일정 부분 징벌이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법원은 물리치료사 B가 피해자 D에게 행한 콘돔 관련 행위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나, 해임 처분은 그 경위와 정도, B의 근무 경력 및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과도하여 부당해고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의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직장 내 성희롱의 정의)​: 이 법률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물리치료사 B의 콘돔 관련 발언이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한 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특히 행위자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일반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면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2.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의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병원은 이 조항에 따라 B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3. 해고의 정당성 법리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두979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 대한 해고 처분은 사회통념상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중대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자의 사업 목적,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 비위 행위의 동기·경위,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근로자의 과거 근무 태도(표창 경력, 징계 전력 없음 등)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해임 처분이 과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C병원 복무규정 제52조 제1항: 병원 내부의 근로자 복무 규정으로, 직장 내 성희롱 등 근로자의 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 사유가 명시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본 사례에서 성희롱 행위는 이 규정에 따른 징계 사유로 인정되었습니다.
5. 교직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정 제4조 제3호: 이 규정은 징계 감경 사유를 명시하고 있으며, 징계 대상자가 표창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징계 감경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리치료사 B의 경우 2차례의 표창을 받은 사실이 징계 양정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직장 내 성희롱의 판단 기준: 행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콘돔을 보여주며 던진 성적인 발언이 성희롱으로 판단된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나 농담이라도 상대방에게 성적인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2. 징계의 적정성 (양정)​: 직장 내 성희롱이 인정되더라도, 해고와 같은 중징계는 행위의 경중, 횟수, 지속성, 피해의 정도, 가해자의 근무 태도, 과거 징계 이력, 회사 기여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합니다. 본 사례처럼 한 번의 성희롱 행위였고 근무 성적이 좋았던 직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징계 수위를 결정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며, 내부 징계 규정 외에 법원의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3. 징계 절차의 중요성: 징계 사유를 명확히 하고 징계 대상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사례에서 F 메시지 사건이 징계 사유에 명확히 적시되지 않아 절차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징계 절차상의 하자는 징계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징계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4. 피해자 중심의 접근: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시, 회사는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조사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은 성희롱 사실 인정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5. 예방 및 교육: 직장 내 성희롱은 한 번의 사건으로도 심각한 법적 분쟁과 기업 이미지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통해 모든 직원이 관련 법규와 경각심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