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신용정보회사의 채권추심원들이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회사와의 계약 형식이 '위임계약'이었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으로 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원고들이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근로자로 인정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퇴직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와 6개월 단위로 갱신되는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고객들로부터 수임한 채권의 관리 및 추심 업무 또는 영업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비록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피고 회사에 입사했으나, 실제 업무 수행에 있어서는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일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원고 A에게 117,791,668원, 원고 B에게 112,107,547원, 원고 C에게 144,040,653원, 원고 D에게 44,834,446원, 원고 E에게 47,758,994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위임계약을 맺고 스스로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 독립적인 사업자이므로 근로자가 아니며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피고 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 및 영업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퇴직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업무 내용에 대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근무 시간과 장소 지정 여부, 비품 소유 여부, 이윤 창출 및 손실 위험 부담 여부, 보수의 성격, 사회보장제도 가입 여부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계약서상 원고들은 독립사업자이며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적용되지 않았고 계약 해지도 자유로웠습니다. 원고 C은 2019년 12월 20일 해지요청서를 작성하여 12월 31일 계약을 해지했으며, 다른 원고들도 피고 회사 소속에서 주식회사 G 소속으로 변경 등록되는 등 위임계약 종료 후 곧바로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둘째, 원고들은 기본급 없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만 받았고 이는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사건에 제출된 원고들의 월 수수료는 최저액이 3,253,048원에서 최고액 47,213,912원까지 원고별, 월별로 상당한 편차가 있었습니다. 또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으며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셋째, 피고는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나 근태 관리를 하지 않았고 채권 배정이나 전산 시스템 사용은 신용정보법 등 법적 의무 준수 및 업무 편의 제공 차원으로 보았습니다. 넷째, 피고의 실적 관리와 인센티브 지급은 위임 관계에서도 가능한 활동으로 보였으며 교육 실시도 관련 법령 및 가이드라인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적인 법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계약서에 '위임계약'이나 '독립사업자'라고 명시되어 있더라도, 실제 업무 관계의 '실질'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됩니다. 법원은 종속성을 판단하기 위해 업무 지시·감독 여부, 근무 시간·장소 구속 여부, 비품·원자재 소유 여부, 사업 위험 부담 여부, 보수의 대상적 성격, 고정급 유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사회보험 가입 여부 등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또한 '민법'상 위임계약의 특성도 고려되었습니다.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르면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며, 민법 제687조와 제688조는 위임인의 비용 선급 및 상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위임 관계에서도 비용 보전이 가능함을 나타냅니다. 민법 제683조는 수임인의 위임 사무 처리 상황 보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위임인의 업무 파악이 위임 계약에서도 자연스러운 것임을 보여줍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에서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상 정보 보안과 불법 추심 방지를 위한 여러 규제가 있는데, 법원은 회사가 채권추심원들에게 제공한 교육이나 전산 시스템 사용 등은 이러한 법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았고 이를 근로자성의 증거로 보지 않았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의 근로자성 여부가 궁금하다면 계약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실제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근무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구속되는지, 비품이나 원자재, 작업 도구 등을 누가 소유하고 제공하는지,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지, 사업상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에 대한 대가인지 아니면 실적에 따른 수수료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있었는지,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었는지, 그리고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에 근로자로 가입되어 있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증거들을 잘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채권추심원과 같이 위임계약 형태로 일하는 경우에도 개별적인 업무 형태와 사용자의 지휘·감독 정도에 따라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