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 의료
재단법인 A가 운영하는 B병원에서 종양전문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나 위임 아래 골수 검체 채취를 수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해당 행위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재단법인 A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법원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불분명했던 당시 상황과 종양전문간호사의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단법인 A가 운영하는 B병원의 의사들이 2018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종양전문간호사들에게 골수 검체 채취를 지시하거나 위임하여 수행하게 했습니다. 골수 검체 채취는 바늘을 이용해 골막을 뚫고 골수를 흡인하거나 조직을 생검하는 고도의 침습적 의료행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의료법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함에도 간호사에게 시켰으므로, 재단법인 A가 사용인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종양전문간호사들이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의사의 지시 아래 이루어졌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골수 검체 채취)가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여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의 사용인인 의사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사건 발생 이후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법령 개정(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제3조)이 이 사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재단법인 A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골수 검체 채취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침습적 의료행위인지에 대해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종양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 아래 해당 행위를 할 경우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가 없었고, 전문간호사 자격 취득 과정에 관련 교육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의료 직역별 인력 수급, 행위 빈도, 경험 획득 용이성, 환자 편의, 국민건강보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사만이 이 행위를 해야 하고 전문간호사가 하는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의사들의 고의성 부분에 대해서도 당시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는 구체적인 법규가 공백 상태였고, 관련 법령에서 이 사건 의료행위를 의사만이 직접 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한 내용이나 대법원 또는 하급심 판례도 없었기에, 의사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법령에 의해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했더라도 그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는 모호한 규율 상태를 장기간 방치하거나 행정규칙 규율을 미뤄놓고 그 불명확한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더불어, 2022년 4월 19일 개정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제3조에 종양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처치·주사 등 종양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중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지도하에 수행하는 업무'가 포함된 점은, 과거의 조치가 부당했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법령 개정으로 볼 수 있어, 범죄 후 법률 변경으로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되는 경우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의사들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양벌규정에 따른 피고인 재단법인 A에 대한 처벌 역시 불가능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법 제78조 (전문간호사)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제3조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의 판결)
양벌규정
법률의 착오 (위법성의 착오)
의료법상 특정 의료행위가 의사만의 전유물인지 판단할 때는 해당 행위가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미치는 위해의 정도, 관련 전문인력의 지식과 기술 수준, 그리고 실제 부작용 발생 사례가 있었는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전문간호사 등 특정 자격증을 가진 의료인력이 해당 업무에 대해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았고, 의사의 지시나 감독 아래 이루어진 행위라면 그 적법성을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법령의 규율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위 당시의 예측 가능성과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됩니다. 또한, 사건 발생 후 법령이 개정되어 특정 행위의 적법성이 명확해진 경우, 이는 과거의 불분명했던 상황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볼 수 있어, 이전 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