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이 사건은 원고와 피고가 2013년 동거를 시작하여 2016년 결혼식까지 올렸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 피고의 부정행위 등으로 관계가 파탄되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사실혼 관계 해소 시 작성된 합의서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하고, 피고의 부정행위로 인한 사실혼 파탄의 책임을 인정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재산분할로 8,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13년 4월경 만나 그해 10월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2016년 10월 23일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신용불량 상태였기에 홈쇼핑 관련 사업 수익금이나 급여를 피고 명의 계좌로 받아 경제적 공동체로 생활했습니다. 피고는 룸살롱 실장으로 일하며 수입을 얻었습니다. 2016년 피고 명의로 E 아파트를 3억 3,000만 원에 매수했는데, 원고가 계약금 3,100만 원을 부담하고 대출금 변제에도 기여했습니다.
2018년 4월경부터 피고의 잦은 음주, 귀가 문제, 다른 남자 문제, 임신 및 유산 등으로 갈등이 깊어졌고, 원고는 2018년 11월경 피고가 다른 남성과 애정 표현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알게 되어 크게 다퉜습니다. 결국 2018년 11월 28일, 원고와 피고는 다투는 중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고 원고가 동거하던 F동 빌라에서 나왔습니다. 합의서에는 피고가 원고에게 1,8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원고는 이후 피고의 요구로 600만 원을 피고에게 되돌려주었습니다. 원고는 이 합의서가 정당한 위자료나 재산분할 협의가 아니며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실혼 관계 해소 시 당사자들이 작성한 합의서가 위자료 청구를 포기하기로 한 '부제소합의' 또는 유효한 '재산분할협의'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둘째, 원고와 피고의 사실혼 관계 성립 여부 및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 셋째, 피고 명의로 취득한 아파트(E 아파트)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 넷째, 위자료 및 재산분할 액수와 비율은 얼마가 적절한지 여부.
법원은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재산분할로 8,5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위자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위자료 2,000만 원 중 1,000만 원에 대해서는 2020년 8월 28일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2022년 5월 12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나머지 1,000만 원에 대해서는 2020년 8월 28일부터 항소심 판결 선고일(2022년 12월 22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재산분할 8,500만 원에 대해서는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피고의 부정행위가 사실혼 파탄의 주된 원인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또한, 사실혼 해소 과정에서 작성된 합의서가 원고의 '궁박' 상태를 이용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며, 재산분할에 대한 진정한 협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에게 위자료와 함께 공동재산 형성 및 유지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여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법률혼에 준하는 사실혼 관계 배우자의 권리를 보호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사실혼 관계의 성립 및 해소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므70 판결 등):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하면 사실혼 관계가 성립합니다. 사실혼 관계는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피고 주거지에서 동거하며 원고가 피고에게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한 2014년부터 사실혼 관계가 성립되었고,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및 별거 시작일인 2018년 11월 28일에 해소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부제소합의의 유효성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부제소합의는 헌법상 재판청구권 포기와 같은 중대한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그 존부를 판단할 때에는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합의서에 위자료 청구권 포기에 대한 명시적 내용이 없으므로 부제소합의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준용 및 판단 (민법 제843조, 제839조의2 제2항, 민법 제731조, 제733조): 부부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 규정은 사실혼 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 협의는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지므로, 진지한 협의가 이루어졌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합의서의 1,800만 원이 재산분할 대상 재산액이나 기여도에 대한 진지한 협의 결과가 아니라 원고의 주거 마련을 위한 최소한의 금액으로 정해진 점, 돈이 오고 간 경위가 불분명한 점 등을 들어 온전한 재산분할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피해 당사자가 '궁박(급박한 곤궁)', '경솔', '무경험' 상태에 있고 상대방이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원고가 신용불량자로서 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궁박' 상태에 있었고, 피고가 이를 이용하려는 악의가 있었으며, 1,800만 원이라는 금액이 실제 재산분할 금액(9,678만 원)과 현저한 불균형을 이루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합의서를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보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특유재산의 재산분할 대상 포함 여부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등): 특유재산(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졌거나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다른 배우자가 그 특유재산의 유지·감소 방지 또는 증식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명의의 E 아파트는 원고가 계약금을 부담하고 대출금 변제에 기여한 점이 인정되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사실혼 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위자료): 사실혼 관계 파탄의 주된 원인이 피고의 부정행위에 있다고 판단되어, 피고는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발생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 인정의 중요성: 법률혼이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며 혼인의 의사를 가지고 부부로서 생활했다면(동거, 가사 공동 부담, 경제적 공동체 형성 등) 사실혼 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며,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파탄 시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신용불량으로 피고 명의 계좌를 통해 경제활동을 한 것이 경제적 공동체 형성에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이혼 또는 사실혼 해소 합의 시 주의: 헤어지면서 작성하는 합의서는 그 내용과 작성 경위가 매우 중요합니다. 당사자 중 한쪽이 심리적으로 압박받는 '궁박' 상태에 있거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경솔'한 상태에서 현저히 불공정한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해당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인정되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4조). 특히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는 충분한 논의와 상호 양보를 통해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재산분할 대상에 대한 이해: 재산분할은 부부(또는 사실혼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하고 유지한 재산을 대상으로 합니다. 명의가 한쪽 배우자에게만 있어도 다른 배우자가 그 재산의 취득, 유지, 증식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명의 아파트의 계약금과 대출금 상환에 원고가 기여한 사실이 인정되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부정행위의 증거: 사실혼 관계 파탄의 책임은 부정행위와 같은 유책 사유를 제공한 배우자에게 있습니다. 이때 문자메시지, 통화 기록, 사진 등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위자료 청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