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폭행 후 유사강간 재판의 동일성 논란 판결

이 사건은 피고인이 배우자를 폭행 후 유사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 법원은 이전의 폭행죄 확정판결과 이 사건 유사강간 혐의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갖는다고 보아 면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검사가 항소하여, 항소심 법원은 이전 폭행죄와 이 사건 유사강간 혐의는 범행 시각, 행위 태양, 피해 법익 등이 달라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확정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명령, 그리고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측의 ‘공소권 남용’ 주장도 검사에게 자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자신의 배우자인 피해자에게 외도 사실을 이유로 폭행하고 유사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
• 피해자 C: 피고인의 배우자로, 외도가 발각된 후 피고인에게 여러 차례 폭행과 유사강간을 당한 사람
• 검사: 피고인을 유사강간 혐의로 기소하고 원심의 면소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주체

분쟁 상황

피고인과 피해자는 배우자 관계였고, 피해자의 외도 사실이 발각되면서 일련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19년 1월 13일 저녁, 피고인은 외도 사실을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습니다. 다음 날인 2019년 1월 14일 새벽에는 피고인 차량과 주거지에서 피해자를 폭행하고 강제추행했습니다. 같은 날 저녁, 피고인은 피해자를 다시 폭행하면서 유사강간했습니다. 피해자는 2019년 1월 17일 경찰에 고소했지만, 초기 수사 단계에서는 유사강간 혐의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아 폭행 혐의만 수사되었습니다. 이후 검찰에서 피해자는 유사강간까지 진술했으며, 검사는 상해, 세 차례의 폭행, 강제추행 혐의로 피고인을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2019년 10월 30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2020년 6월 9일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0월 8일, 피해자가 2019년 1월 14일 저녁 유사강간 사실에 대해 다시 고소하면서 2021년 4월 13일 검사는 피고인을 이 사건 유사강간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기존 폭행 사건과 이 추가 기소된 유사강간 사건이 동일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면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검사가 항소하여 항소심이 진행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전에 확정된 폭행죄 판결과 이 사건 유사강간 혐의가 형사상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가지는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도 미쳐 면소(더 이상 재판할 수 없다는 선고)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피고인이 제기한 ‘검사의 공소권 남용’ 주장입니다. 피고인은 검사가 이전 사건에서 유사강간 혐의를 기소하지 않아 병합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받지 못하게 한 것이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되,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2.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한다.
3. 피고인에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한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이전 폭행 사건과 이 사건 유사강간 혐의는 범행 시각, 행위 태양, 피해 법익 등이 명백히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전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유사강간 혐의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의 면소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측의 공소권 남용 주장에 대해서도 검사가 자의적인 의도로 공소권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피고인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등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형사재판의 기판력 및 동일성 판단 (형사소송법)​: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해 다시 처벌할 수 없으며 (일사부재리의 원칙),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한 사건에 대해 공소가 제기되면 판결로써 면소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때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피고인의 행위와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그 규범적 요소도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기존 폭행과 이 사건 유사강간이 범행 시각, 행위 태양, 피해 법익 (폭행은 신체의 자유, 유사강간은 성적 자기결정권)에서 명백히 다르다고 보아 동일성을 부정했습니다.
2. 공소권 남용 (형사소송법 관련 판례)​: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고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는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어 공소권 남용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3. 유사강간죄 (형법 제297조의2)​: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신체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나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이 폭행 후 피해자의 입에 자신의 성기를 넣게 한 행위가 유사강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4.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가 초기 진술에서 외도 사실을 숨긴 사정이 있었으나, 이는 이혼 소송과 양육권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였으므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5. 확정판결과 경합범 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와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죄가 있을 때,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은 이전에 확정된 상해죄 등과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평성을 고려하여 양형이 이루어졌습니다.
6. 성폭력범죄 관련 부과명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명령,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 등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범죄의 동일성 판단: 이전에 이미 확정된 형사 판결이 있더라도, 새로운 혐의가 이전 사건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별개의 범죄로 판단되어 다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범행의 시간, 장소, 행위 수단, 동기, 그리고 특히 '피해 법익'(보호하고자 하는 법적 가치)이 다르면 동일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행죄와 유사강간죄는 피해 법익(신체의 자유 vs. 성적 자기결정권)에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상 합리적이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신빙성이 인정됩니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가 특정 사실을 누락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훼손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외도 사실을 숨긴 이유가 양육권 문제 때문으로 보여,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3. 공소권 남용 문제: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주장은 단순히 검사의 실수나 수사 과정상의 미흡함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검사가 피고인에게 해를 끼칠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받아들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