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이 별거 중이던 법률상 배우자인 피해자를 찾아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후 폭행하고 휴대전화를 파손한 뒤 강간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강간 혐의에 대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며 항소했으나, 법원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항거 불능 상태를 인정하여 강간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7년 재혼한 부부였으나 2019년 11월경부터 피해자가 피고인의 잦은 폭행과 욕설로 인해 집을 나가 별거 중이었습니다. 2020년 2월 5일경 피고인은 피해자가 머물던 C의 집을 찾아가 '따라오지 않으면 C나 그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피해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C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피고인은 이를 보고 화를 내며 피해자의 뺨을 수회 때리고 휴대전화를 부쉈으며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겼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배 위에 올라타 뺨을 계속 때리고 발로 다리를 짓밟는 등 폭행을 가했습니다. 피해자는 이러한 폭행으로 다리에 상처를 입고 휴대전화가 파손되어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 상태였습니다. 며칠 뒤, 피고인은 새벽 시간대에 발기부전제를 먹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제로 가했습니다. 피해자는 폭행당할 것이 두려워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피고인은 강간 혐의에 대해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며 원심의 징역 3년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습니다.
법률상 배우자 관계에서 남편의 행위가 아내의 반항을 억압하여 강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미 혼인관계 중 가정폭력을 행사했고 사건 당일에도 피해자를 강제로 데려와 폭행하고 휴대전화를 파손하는 등 폭력적인 상황을 조성하여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억압된 상태였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더라도 이는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원심의 유죄 판결과 징역 3년의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형법 제297조(강간)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항소기각)이 적용되었습니다.
1. 형법 제297조 (강간):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람'에는 법률상 배우자도 포함되며,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합니다. 법원은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 유형력 행사 경위, 혼인생활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 및 그 후의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과거 가정폭력 이력, 피해자를 강제로 집에 데려와 휴대전화를 파손하고 폭행한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폭행 및 협박으로 인정되었습니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지만,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핵심적인 강간 사실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었으며, 일부 사소한 진술 번복은 당시 정황을 다소 과장하여 말한 것으로 보아 신빙성을 부정할 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기각): 항소법원은 항소이유가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사실오인(강간의 점) 및 양형부당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되어 항소가 기각되었습니다.
배우자 사이에서도 폭행이나 협박으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면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핵심적인 부분에서 일관된다면, 사소한 부분에서의 진술 번복이 있더라도 그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의 정도는 직접적인 물리력 외에도 주변 상황(휴대전화 파손, 외부와 단절, 이전 폭력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심리적 억압 상태도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피해 상황 발생 시 가능한 한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상해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