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업 입찰 방해와 본부장의 배임 및 금품수수 사건

이 사건은 공공기관인 (재)I의 본부장 A와 관련 업체 운영자들이 공모하여 K 조성사업 입찰을 방해하고, 허위 용역 계약을 통해 기관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으며, 비위를 묵인해달라는 취지로 금품을 제공한 여러 범죄 사실에 대한 판결입니다. 피고인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입찰 방해), 업무상 배임, 배임증재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 6월, 피고인 B과 D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일부 배임증재 혐의(직원 9명에게 명절 떡값, 팀장급 직원 해외연수비 명목 금원 공여)에 대해서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공통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재)I의 본부장으로, K 조성사업 공사 입찰 등 업무를 총괄했으며, 자신이 실제 운영하는 (사)S와 (주)R를 통해 용역 계약을 체결하여 이익을 취한 사건의 주범입니다.
• 피고인 B: (주)M의 실제 운영자로, 피고인 A과 공모하여 K 리모델링 공사 입찰에서 들러리 업체를 동원해 낙찰받은 건설업자입니다.
• 피고인 C: (재)I의 사업지원팀 팀장으로,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입찰 관련 실무를 진행하여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범행을 방조했습니다.
• 피고인 D: 피고인 A과 (주)R를 공동 운영한 인물로, 피고인 A과 공모하여 허위 용역 계약을 통해 (재)I에 손해를 입히고, 원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있습니다.
• (재)I: H시에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상권관리기구이자 피해자로, 국비 및 H시 보조금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 (주)M: 피고인 B이 운영하는 건설 회사로, K 리모델링 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낙찰받았습니다.
• (사)S: 피고인 A이 운영하는 단체로, (재)I의 용역 사업을 부당하게 수주하여 이익을 취했습니다.
• (주)R: 피고인 A과 D가 공동 운영하는 회사로, (재)I의 용역 사업을 부당하게 수주하여 이익을 취하고 원장에게 금품을 제공했습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의 발단은 피고인 A이 (재)I의 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 K 조성사업 입찰 방해: 피고인 A은 2016년 11월경 I의 K 리모델링 공사 입찰에서, 예산 환수를 막기 위해 피고인 B이 운영하는 ㈜M이 낙찰되도록 계획했습니다. 피고인 A은 I 직원인 피고인 C에게 3일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입찰 공고를 내게 하여 다른 업체들의 실질적인 입찰 참여를 어렵게 했습니다. 피고인 B은 지인의 ㈜P 직원을 통해 형식적인 '들러리' 입찰에 참여하도록 요청하여, ㈜M이 낮은 입찰 가격인 4억 2천 3백만 원으로 낙찰받도록 입찰 가격을 담합했습니다. 피고인 C은 이러한 공모 사실을 알면서도 A의 지시에 따라 짧은 공고 기간으로 입찰을 올리고, ㈜P의 부적절한 기술제안서를 묵인한 후, 사업마감보고 서류에는 '한옥' 도면으로 바꾸어 제출하는 등 입찰 관련 실무를 진행하여 범행을 방조했습니다.
2. 업무상 배임: 피고인 A은 2016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I 본부장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공동 운영하는 ㈜R 및 자신이 운영하는 (사)S에 I의 용역 계약을 몰아주었습니다. 'U' 용역, 'AF' 용역 등을 발주하면서 실질적인 비교 견적 없이 (사)S나 ㈜R와 2천만 원 내외의 용역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후 실제 용역 수행은 I 직원들을 동원하여 진행하고, (사)S 및 ㈜R는 실제 소요된 경비(강사비, 현수막 제작비 등)를 제외한 7백만 원 내지 1천만 원 상당의 이익을 부당하게 취득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피고인 A은 총 7회에 걸쳐 (사)S 등이 5,664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하고 I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했습니다. 피고인 A과 D는 공동으로 ㈜R를 통해 총 4회에 걸쳐 2,952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I에 손해를 가했습니다.
3. 배임증재: 2016년 12월 초순경, I 직원들이 피고인 A이 운영하는 업체들에 용역이 몰리고 I 직원이 실제 용역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피고인 A과 D는 I 원장 AH의 불만을 무마하고 계속해서 용역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하기로 공모했습니다. 2016년 12월 7일경, 피고인들은 AH이 집필한 책 'AO' 100권을 출판사가 아닌 AH으로부터 직접 구입하는 명목으로 ㈜R 계좌에서 '강의비'라는 허위 명목으로 222만 4천 1백 원을 송금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A은 2017년 5월 8일경 I 원장 AH에게 (사)S 계좌에서 '연구용역참여수당'이라는 허위 명목으로 해외연수비 명목 191만 2천 원을 송금하여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습니다. (무죄 부분: 직원 9명에게 명절 떡값 명목으로 각 29만 1천 원, 팀장급 직원 E, F, C에게 해외연수비 명목으로 각 191만 2천 원을 송금한 행위는 '부정한 청탁'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K 리모델링 공사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동원하여 경쟁 입찰을 방해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재)I의 본부장이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이용하여 자신이 운영하거나 관계된 업체에 용역 계약을 몰아주고, 허위 서류로 용역비를 부풀려 청구하여 기관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행위의 유무입니다. 셋째, 용역 계약 체결의 문제점을 묵인하고 향후에도 우선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달라는 취지로 공공기관의 원장 및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배임증재 행위의 유무 및 '부정한 청탁'의 인정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A, B, C, D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피고인 A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업무상 배임, 배임증재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 B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 C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방조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 700만 원 및 미납 시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 유치를 명하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피고인 D은 업무상 배임, 배임증재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피고인 A과 D의 2017년 1월 24일자 직원 9명에 대한 각 배임증재의 점 및 피고인 A의 2017년 5월 8일자 E, F, C에 대한 각 배임증재의 점은 '부정한 청탁'의 공통된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공공기관의 직원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공정한 사업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공공 입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들러리 입찰'과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한 '셀프 용역 계약'이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되어 처벌되었으며, 금품 제공을 통한 부정한 청탁 역시 범죄로 다루어졌습니다. 일부 배임증재 혐의에 대해서는 '부정한 청탁'의 입증이 어려워 무죄가 선고되었는데, 이는 부정한 청탁의 성립 요건에 대한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보여줍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 제3호 (입찰 방해)​: 이 법 조항은 위계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다른 건설사업자의 입찰 행위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A과 B은 공모하여 '들러리' 업체를 참여시켜 ㈜M이 낙찰되도록 입찰 과정을 조작함으로써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피고인 C은 A의 지시에 따라 짧은 공고 기간 설정, 부적절한 제안서 묵인 등 입찰 관련 실무를 진행하여 이들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형법 제32조 (방조범)​에 따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방조죄가 적용되었습니다. 방조범은 타인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하며, 정범에 비해 형이 감경될 수 있습니다.
2. 형법 제356조 (업무상 배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가 배임죄입니다. 특히 '업무상' 임무에 위배한 경우 더 가중하여 처벌하며, 이 경우 형법 제355조 제2항이 적용됩니다. 피고인 A은 (재)I의 본부장으로서 공정하게 용역을 발주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사)S 및 피고인 D과 공동 운영하는 ㈜R에 용역 계약을 몰아주고, 허위 서류와 부풀린 비용으로 대금을 청구하여 I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D은 피고인 A과 공모하여 ㈜R를 통해 이익을 취하고 I에 손해를 가했으므로, 형법 제30조 (공동정범)​가 적용되어 공동으로 업무상 배임죄의 책임을 졌습니다.
3. 형법 제357조 제2항 (배임증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한 자는 배임증재죄로 처벌됩니다. 피고인 A과 D는 I의 원장 AH에게 용역 계약 관련 문제점을 묵인하고 향후 우선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달라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책 구입비 및 해외연수비 명목의 금품을 제공하여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여기서 '부정한 청탁'은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의미하며,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묵시적으로 인정될 수 있으나,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사무와 제공되는 금품이 대가 관계라는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H에게 책 구입비와 해외연수비를 준 것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인정했으나, 다른 I 직원들에게 명절 떡값이나 해외연수비 명목으로 금품을 준 것은 '부정한 청탁'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배임증재죄의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대한 판단이 구체적인 상황과 당사자들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의 입찰 과정에서는 '들러리' 입찰이나 담합 등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직원은 자신의 직위나 직무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거나, 자신이 관계된 사적 업체에 부당하게 사업 기회를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며, 기관에 재산상 손해를 입힐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할 때는 실제 용역 수행 여부와 소요된 비용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허위 견적서, 허위 용역 수행 내역, 허위 비용 청구 등을 통해 공적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직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기타 부당한 이익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는 물론, 이를 제공하는 행위도 배임수재죄 및 배임증재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묵시적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금품 제공이나 접대를 피해야 합니다. 특히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고액의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내부 고발이나 문제 제기가 있었을 때 이를 무마하기 위한 금품 제공은 오히려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모든 공적 업무는 투명하게 처리하고, 관련 서류와 절차를 정당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예산 집행, 계약 체결 등 금전이 오가는 과정에서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