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 노동
D요양원에 입소한 치매 환자 H가 요양원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이에 요양원 운영자 A와 야간근무 요양보호사 B, C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창문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CCTV를 소홀히 확인했으며 환자 관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치매 환자 H는 2022년 1월 8일 D요양원에 입소한 후, 창문에 머리를 들이밀거나 난간에 올라가 창문을 열며 나가겠다고 하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2년 2월 28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피해자 H는 요양보호사들의 눈을 피해 베개 커버와 침대 커버를 묶어 줄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3층 생활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내려가려 시도하다가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H는 뇌 손상을 입고 약 한 달 뒤인 2022년 4월 2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요양원 운영자 A와 야간 근무 요양보호사 B, C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요양원 운영자 및 요양보호사에게 치매 환자의 추락 사고 방지를 위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와 그 과실이 환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
피고인들은 각 무죄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요양원 운영자 A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창문을 설치했고 추가 안전장치 설치 의무는 없었으며 CCTV 설치는 당시 법적 의무가 없었고 야간 상시 관찰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나 환자 거부 등으로 업무상 주의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요양보호사 B, C의 경우 야간 근무 특성과 피해자가 입소 초기 외에 유사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사고 당일 특이사항이 없었던 점 그리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탈출을 계획하고 실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야간에 수시로 생활실 내부까지 들어가 피해자를 관찰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탈출을 시도한 시간이 짧아 요양보호사들이 제때 확인하지 못한 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형사재판에서의 입증책임 원칙에 따라 검사가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및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되었습니다. 업무상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는 해당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삼으며 통상 예견할 수 없는 이례적인 사태까지 예견하고 대비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2019도17838 판결, 69도1650 판결 등 참조).
노인복지법 제22조 제1항 및 동법 시행규칙에서는 요양시설의 설치 기준을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시행규칙 별표 4의 4. 설비기준 가. 침실 (9)항에서는 창문 설치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요양원의 창문은 해당 법령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또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의 6. 직원의 배치기준과 별표 5의 8. 사업의 실시, 바. 사업기준 중 (다)항은 요양보호사의 배치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야간 시간대에는 최소 1명 이상의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여 야간에는 소수의 인원이 입소자 전반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함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피고인들이 무죄판결 공시 취지 선고에 동의하지 않아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요양시설은 노인복지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시설 설치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창문 등 안전시설의 설치 의무는 해당 법규에서 명시한 기준을 따르며 법에 없는 추가적인 안전장치 설치 여부는 화재 등 비상 상황 시 대피 문제와 같은 다른 안전 고려 사항과 균형을 이루어 판단해야 합니다. CCTV 설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 전에는 의무 사항이 아니었으나 현재는 설치 및 관리가 의무화되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환자의 인지능력 상태, 과거의 돌발 행동 이력, 자해 또는 자살 시도 여부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관찰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환자가 요양보호사의 관찰이나 특정 행동을 거부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경우 이를 존중해야 하는 범위와 환자의 안전 확보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요양보호사의 업무상 주의의무는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인 보통인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며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예견하고 대비할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