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피고인 A씨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뒤에 있던 승객들에게 상해를 입혔으나, 항소심에서 과실치상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가 선고된 사건입니다. 원심은 A씨에게 과실치상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다했고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졸도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2024년 6월 20일 오후 4시 16분경, 서울역 1호선에서 4호선 환승구간 에스컬레이터에서 피고인 A씨가 맹인 일행과 함께 탑승했습니다. 피고인 A씨는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면서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으로 일행의 손을 잡고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며 몇 차례 흔들리다가 그대로 주저앉으며 뒤쪽으로 넘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뒤따라오던 피해자 B씨(57세)는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종아리 근육파열을, 피해자 C씨(53세)는 왼쪽 발목, 무릎,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게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과실치상죄를 인정, 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A씨는 갑작스러운 졸도로 인한 사고이므로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피고인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갑작스러운 졸도로 인해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승객들에게 상해를 입힌 행위에 대해 형법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황에서 상해의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사고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는지' 즉,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원심판결(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에스컬레이터 탑승 시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는 등 승객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다했으며,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고령이기는 하나, 과거부터 졸도하는 증상이 있었다는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인 자신이 졸도하여 타인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을 예견하거나 이를 회피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대신 다른 수단(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형법상 과실치상죄의 '과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형법 제266조(과실치상): 과실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과실'이란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예견하지 못했거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회피하지 못한 주의의무 위반을 의미하며,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갑작스러운 졸도로 인해 상해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형사상 과실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과실범의 성립 요건: 과실범이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①어떤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했거나(예견가능성), ②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지 못한(회피가능성)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과 상해 발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항소심 법원에서 원심판결에 사실을 잘못 인정했거나 법리를 잘못 적용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될 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항소심은 원심의 판단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로 증명되지 않거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과실치상죄의 '과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신체적 이상(졸도, 심장마비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형사상 '과실'의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과실은 상해의 결과를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을 때 성립하므로, 예측 불가능한 건강 문제로 인한 사고는 과실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나 대중교통 등 공공시설 이용 시에는 항상 기본적인 안전 수칙(손잡이 잡기, 노란 안전선 안에 발 딛기, 뛰거나 걷지 않기 등)을 준수하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판례에서처럼 형사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로 논의될 수 있습니다.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은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고령자나 특정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이 대중시설을 이용할 경우,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인지하고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 다른 안전한 이동 수단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본 판례에서는 이를 의무로 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