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원고 A는 피고 B단체와 체결한 D 공제보험 계약의 계약자로, 아들 F(피보험자)가 사망하자 보험금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보험약관상 '피공제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원고는 아들이 뇌 질환, 우울 장애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사망했으므로 면책 사유의 예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망인이 자살한 것으로 보이고,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의 아들인 망인 F는 2017년 6월 29일 자신이 거주하던 다락방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원고는 아들이 피고 B단체와 체결한 D 공제보험의 피보험자였으므로, 재해사망공제금 5천만 원과 일반재해사망공제금 5천만 원을 합한 총 1억 원의 보험금 지급을 피고에게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보험 약관에 '피공제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아들이 뇌 질환 등 정신적인 문제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사망했으므로 면책 예외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험 계약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가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로 규정되어 있을 때, 사망이 자살로 인정되는지 여부와, 자살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면책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방문을 밀폐하고 번개탄을 피워 사망한 경위에 비추어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자살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망인이 뇌 질환이나 우울 장애 등으로 치료받은 사실과 사망 현장에 소주가 놓여 있던 사실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가정불화, 사업실패,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삶에 대한 회의감이 극심해져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며, 자살의 장소, 방법, 도구 등을 고려할 때 우발적인 자살이라고 보기 어렵고, 치료 중에도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다는 의사의 소견 등을 종합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D 공제보험계약 보통약관 제14조(보상하지 않는 손해) 제1항 1호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이 약관은 '피공제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면서도, '그러나, 피공제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라고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에 따라 자살의 의미를 '사망자가 자기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 발병 시기 및 진행 경과, 자살 직전 구체적 상태, 주변 상황, 자살 무렵 행태, 행위 시기·장소, 자살 동기, 경위,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한 면책 사유(피보험자의 고의 자해)는 보험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그 면책 사유의 예외(심신상실 등으로 인한 자살)는 이를 주장하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원고)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망인의 정신질환 및 음주 상태를 근거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가능 상태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보험금 청구를 고려할 때, 자살이 인정될 경우 보험금 지급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 예외적으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사망자의 정신적·심리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정도, 자살 직전의 구체적인 상태, 주변 상황, 자살 동기, 방법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의학적 소견, 진료 기록, 관련 증언 등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단순히 질병 진단이나 음주 사실만으로는 '심신상실' 또는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가능' 상태임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충분한 증거를 준비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