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원고 A는 피고 C손해보험에 아버지 망 F의 사망보험금 8,000만 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망인의 자살이 심신상실로 인한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능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피고 C손해보험과 아버지 F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사망 시 수익자가 되었습니다. 망 F는 2019년 11월 12일 자신의 차량에서 번개탄 연소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으며 검시 결과 사망 원인은 자살로 판단되었습니다. 원고는 망 F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므로 피고는 보험계약에 따라 사망보험금 8,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망인의 자살이 고의에 의한 것으로서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대립했습니다.
피보험자의 자살이 심신상실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상태를 입증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사업 실패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우울감과 절망감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망인이 우울증 치료 전력이 없던 점 약물 과다 복용 시점과 자살 실행 시점의 불확실성 자살 예고 및 금전 관계 처리 시도 등을 종합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의 자살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의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 사고로서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자살에 임박한 시점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 자살 무렵의 행태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경위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 참조).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예외를 둡니다.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으나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그것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보험자의 면책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 즉 원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이 사업 실패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망인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던 점 약물 복용 후 곧바로 깊은 수면에 빠졌을 가능성 약물 복용과 번개탄 착화 시점의 불확실성 자살을 암시하고 금전 관계를 해결하려 했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망인의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보험 계약에서 자살이 일반적으로 면책사유로 규정되지만 만약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라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우울감이나 경제적 어려움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능 상태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피보험자의 정신질환 발병 시기 및 정도 치료 내역 자살 직전의 심리 상태와 행동 변화 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약물 과다 복용 후 자살한 경우 약물 효과로 인한 의사결정 불능 상태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약물 복용 시점과 자살 실행 시점의 시간적 근접성 그리고 약물 효과가 직접적인 자살의 원인이 되었음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유서나 주변인과의 대화 내용 등 자살자의 의사 결정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모든 정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