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모욕
피고인 A는 온라인 방송 시청 중 진행자 B로부터 도움 요청을 거절당한 후, 자신의 개인 SNS 계정에 B를 지목한 것으로 보이는 욕설이 담긴 글을 게시했습니다. 이에 피해자 B는 A를 모욕죄로 고소했으나, 법원은 해당 게시글만으로는 모욕죄의 핵심 요건인 ‘피해자 특정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9년 7월 9일 피해자 B가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C의 라이브 방송에 접속하여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이며 안락사를 원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반복적으로 올렸습니다. 피해자 B이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하자, A는 방송에서 차단되었고 다른 시청자들도 변호사 상담 등 다른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이틀 후인 2019년 7월 11일 오전 1시 35분경, 피고인 A는 자신의 F 계정(G)에 “우울하면 털고 일어나라!! 씨발 이게 말이야 똥이야 진짜 존나 말도 안되는 개잡소리 쳐하고 있어... 존나 정의로운 척 지랄 마세요. 니네들이 더 썅년들인거 아니??? 왜 난 복수하면 안 되는데? 아 정말 노답들. 뉴스 어떻게 터질지 모르겠지만, 그거 네년 H 입에서 존나 나오기만 해봐. 한남들은 보전깨? 나는 네년 보**에 임페리얼 세 개쯤 집어넣고 존나 밟을 거니까.”라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피해자 B은 이 글이 자신을 모욕한 것이라며 피고인 A를 고소했습니다.
개인 SNS에 게시된 비방 글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제3자가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는지 여부, 즉 모욕죄의 피해자 특정성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A는 무죄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A가 작성한 게시글의 내용과 전후 맥락, 게시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제3자가 객관적으로 해당 글이 피해자 B를 지목하는 것임을 명확히 알 수 없으므로, 모욕죄의 피해자 특정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범죄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모욕죄의 '피해자 특정성' 여부였습니다.
모욕죄의 성립 요건: 모욕죄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단체의 명예 감정을 훼손하는 경우 성립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욕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가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글을 읽는 제3자가 그 내용만으로 누구를 모욕하는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특정성 판단: 인터넷 아이디만으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고, 달리 이를 추정할 만한 다른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의 적용: 피고인이 개인 F 계정에 올린 글에는 비난이나 욕설 대상자들의 신상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 B을 염두에 두고 일부 문구를 사용했더라도, 제3자가 객관적으로 그 문구만으로 모욕 대상자가 피해자 B임을 명확히 인식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 B이 스스로 피고인의 계정을 찾아 글을 발견하고 'H'가 자신의 채널명 'E'을 지칭한다고 생각하여 고소한 경우이므로, 객관적 특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본 조항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B을 모욕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작성할 때는 글의 내용이 특정인을 연상시키는지 여부에 따라 모욕죄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욕설이나 비하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면 모욕죄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사안별로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 SNS 계정에 비방 글을 올린 경우, 제3자가 그 글을 읽고 누구를 비방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없다면 모욕죄의 특정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방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직접 자신의 채널이나 방송 등을 통해 게시글이 자신을 지칭한다고 밝히더라도, 객관적으로 제3자가 인식할 수 없는 한 특정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분노나 고통을 표현할 때에도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언어 사용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