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 A는 피고 C에게 고용되어 피고 주식회사 B가 시행하는 신축 다세대 건물 공사 현장에서 창문 확장 작업을 하던 중 비계에서 추락하여 중상을 입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주식회사 B와 피고 C에게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피고들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과실도 일부 인정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65%로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56,155,793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11월 1일 피고 C에게 고용되어 피고 주식회사 B가 시행하는 신축 다세대 건물 공사 중 2층 내부 확장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건물의 1층과 2층 사이 외부에 설치된 비계에 올라가 창문 확장 작업을 하던 중 중심을 잃고 비계 바깥으로 추락하여 흉추 골절, 척추 극돌기 골절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 25,018,560원, 요양급여 12,184,140원, 장해급여일시금 39,025,800원을 지급받았으나, 피고들에게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 사고를 당했을 때 도급인과 수급인 모두에게 안전조치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그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사고 발생에 대한 노동자의 과실 여부와 그 비율을 산정하여 전체 손해배상액을 정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금으로 지급된 금액을 손해배상액에서 어떻게 공제할 것인지에 대한 법리 적용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에게 56,155,793원과 이에 대해 2017년 11월 1일부터 2022년 11월 18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들이 각각 50%씩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B가 공사 전반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여 피고 C과 원고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했으므로, 피고들과 피고 C 모두 원고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들은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안전장비 지급 및 교육·감독을 소홀히 한 잘못이 인정되어 공동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원고 또한 안전장치 없는 비계 작업 시 스스로 안전을 도모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65%로 제한되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위자료 등을 합산하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된 보험금을 법리에 따라 공제하여 최종 56,155,793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여러 법리와 법령이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사용자의 보호의무 및 안전배려의무입니다. 이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따라 사용자(사업주)가 노동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인적, 물적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둘째,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입니다. 원칙적으로 도급인(공사를 맡긴 자)은 수급인(공사를 맡아 하는 자)의 업무와 관련한 사고 방지 의무가 없지만, 법령에 따라 도급인에게 구체적인 관리·감독 의무가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나 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한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주식회사 B가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했으므로 도급인으로서 안전조치 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셋째, 구 산업안전보건법(2018. 4. 17. 개정 전) 제29조 제1항 및 제3항이 적용되었습니다. 이 법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사업주에게 자신의 근로자와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급인 근로자가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는 안전·보건 시설의 설치 등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넷째, 산업재해보상보험금 공제 관련 법리입니다. 과거에는 보험급여를 먼저 공제한 후 과실상계를 하는 방식이 적용되기도 했으나,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판결)에 따라 재해 근로자의 사업주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재해 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보험자인 공단이 본래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서 재해 근로자가 보험급여 수령의 이익을 온전히 누리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법리가 확립되었습니다. 즉, 보험급여 중 재해 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단이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외하여('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 재해 근로자가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 새로운 법리가 적용되어 손해배상액이 산정되었습니다.
건설 현장 등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공사를 시행하는 도급인에게도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도급인이 공사 전반을 관리 감독하거나 법령에 따라 구체적인 관리·감독 의무가 부여된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작업 현장에서는 추락 방지 시설 설치, 안전 장비 지급 및 착용 지시, 안전 교육 실시 등 필요한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를 소홀히 하면 중대한 사고 발생 시 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노동자 또한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작업 시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안전 조치를 요구하거나 작업을 중단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노동자에게도 일정 부분 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보험금을 수령했더라도, 손해배상액 계산 시 공제 방식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변경되었으므로 개별 사안에 맞는 정확한 계산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