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사망으로 보호받지 못하던 19세 조카 피해자에게 일자리와 거처를 제공하며 보호자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1999년경 피해자를 폭행하고 성폭행한 후, 약 19년간 피해자를 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 폭언, 폭력, 생활 통제 등으로 심리적 지배 상태에 두었습니다. 이 지배 관계를 이용하여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5회에 걸쳐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을 저질렀습니다. 피해자는 2018년 지인의 도움으로 뒤늦게 피고인을 고소했습니다.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검사가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고, 항소심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준강간의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환송 후 항소심(본 판결)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9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습니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의 이혼,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사망으로 혼자 지내다가 19세이던 1999년경 외삼촌인 피고인 A의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며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1999년경 피고인은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되자 강제로 피해자를 모텔로 끌고 가 폭행한 후 성폭행(최초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이후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거주하게 하면서 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 외출 등을 통제하며 폭언과 물건 투척 등으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했습니다.
이러한 지배 관계를 이용하여 피고인은 2015년 5월 3일부터 2018년 2월경까지 총 5회에 걸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을 저질렀습니다.
피해자는 약 19년간 이어진 성폭행 피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다가, 2018년경 수영장에서 만난 지인 C의 권유로 2018년 11월 21일 비로소 피고인을 고소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장기간 경제적,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성폭행 당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그 법리적 판단이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친족관계, 경제적 예속, 지속적인 폭언·폭력 등으로 형성된 심리적 지배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항거불능' 상태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외견상 사회활동을 하거나 자립을 시도한 사실이 장기간 이어진 심리적 지배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를 부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판단이 요구되었습니다.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습니다. 추가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어린 시절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조카인 피해자에게 일자리와 거처를 제공하며 보호자 역할을 했으나, 19세에 최초 성폭행을 저지른 후 약 19년간 폭행, 폭언, 생활 통제 등으로 피해자를 심리적, 경제적으로 강하게 지배하고 예속시켰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장기간의 지배와 억압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하기 어려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으며, 피고인이 이를 이용하여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보아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죄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피해자가 자립을 위한 노력을 하거나 사회활동을 한 사실이 있었더라도, 이는 성적 학대와 일상의 삶을 분리하며 살아가는 성폭력 피해자의 생존 심리로 보아야 하며, 형성된 심리적 억압 상태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의 '합의 하에 성관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3항, 제1항 및 형법 제299조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이 법령들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간음한 경우 형법상 강간죄와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친족관계에서 우러나오는 특별한 신뢰를 악용하는 반인륜적 범죄로서,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고 가족 제도와 사회·윤리적 기본 질서를 흔들 수 있으므로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에서의 '항거불능' 상태의 해석: 이 판결에서 '항거불능' 상태는 심신상실 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특별한 친족관계나 정신적·경제적 지배·예속관계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행한 폭력, 성적 학대나 감시와 통제 등의 점진적·누적적 영향'으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과 결정에 심각한 곤란을 겪고, 지속된 심리적·정서적 억압 상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여 대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자포자기' 상태에 있었던 경우에도 '심리적 항거불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장기간의 심리적 지배가 신체적 저항만큼이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항거불능' 상태 판단 기준: 법원은 피고인과의 관계나 구체적인 범행 상황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성적 접촉의 경위, 계기나 정황, 행위의 내용과 방법, 행위가 반복·계속된 기간, 피고인과 피해자가 보인 반응의 변화, 피해자의 나이·경험 등 특성, 심리적·정신적 상태, 피해자의 주변 상황과 환경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어린 시절 가정 환경, 피고인의 초기 폭행 및 성폭행, 이후 지속된 폭언·폭력·생활 통제, 기형적인 애정 표현 등 양면성이 지배·예속관계를 강화시켰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과적 진단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장기간의 심리적, 경제적 지배는 성폭력 범죄의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 저항이 없었거나 외견상 피해자가 자립적인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친족관계, 경제적 예속, 지속적인 폭언·폭력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자포자기' 상태에 있었다면 성폭력 범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초기 피해 대응의 중요성: 가해자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그 안에 강제적 성행위가 포함된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관계의 복잡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의 외형적 모습만으로 피해 사실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외견상 일상생활을 영위하거나 사회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는 생존을 위한 심리적 방어 기제일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과 내면의 상태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친족관계 성폭력의 특수성: 친족 간 성폭력은 가족 해체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숨기거나 뒤늦게 밝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특수성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더욱 심화시키며, 재판 과정에서도 특별히 고려됩니다.
전문가 진단 및 증거 확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입증할 수 있는 정신과 진료 기록, 심리학적 평가 의견서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밝히기로 결정했다면, 이러한 자료들을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인의 역할: 피해자가 쉽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주변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인지하고 전문 기관에 연결해주는 등 적극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