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노동
이 사건은 고속도로 건설 공사 중 주두부(교각 상단부)를 시공하는 과정에서 임시 고정 블록과 교각을 결속하는 가고정강봉이 설계도서와 다르게 제대로 체결되지 않고 인장시험도 부실하게 이루어져 교량 상판(박스거더)이 붕괴된 사고에 관한 것입니다. 원청 시공사의 현장 담당자들과 감리단 소속 책임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고속도로 건설 공사 중 FCM 공법으로 교량을 건설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교각과 주두부를 연결하고 박스거더의 전도를 방지하는 임시 고정장치인 가고정강봉이 설계도면과는 달리 커플러에 절반만 체결되었고 이 가고정강봉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인장시험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도급업체인 K의 근로자들이 이러한 부실 시공을 했고 나아가 시공 순서를 임의로 변경하고 인장시험 결과를 허위로 보고했습니다. 그 결과 교량 상판이 붕괴되어 근로자들이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원청 시공사 및 감리단의 현장 책임자들과 원청 시공사가 업무상 과실치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피고인들은 항소심에서 주로 다음 세 가지 쟁점을 주장했습니다. 첫째 원청 소속 피고인들과 감리단 소속 피고인들에게는 이 사고와 관련된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었고 K의 임의 작업과 허위 보고라는 이례적인 상황 때문에 피고인들의 과실로 돌릴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둘째 피고인 A과 주식회사 J은 안전 조치를 지시하거나 방치한 적이 없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고의가 없으며 주식회사 J은 K의 근로자들과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지 않았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셋째 피고인 E H I는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양형부당 주장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 판결과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원청 시공사와 감리단이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되었는지 확인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교량의 전도 위험을 막는 핵심 시설인 가고정강봉의 설치와 인장시험은 매우 중요하므로 이 부분을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했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에 해당 항목이 없었더라도 이는 건설사업관리기술자의 기본 임무이자 시공사의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서는 원청 사업주인 주식회사 J이 수급인의 근로자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여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양형 부당 주장 역시 원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현 제63조): 사업주가 다른 사업주의 근로자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청 시공사인 주식회사 J이 하도급업체인 K의 근로자들과 직접적으로 동시에 작업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작업할 가능성'이 있으면 해당 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되었습니다. 즉 원청은 하청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책임이 있음을 명시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현 제174조):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하는 양벌규정입니다.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에 대해 주식회사 J이 이 조항에 따라 책임을 졌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1조 제1호 (현 제38조 제1항 제1호): 사업주가 위험 방지 조치를 할 때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되었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를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원청과 감리단이 가고정강봉의 설계도서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할 중요한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직접적으로 어떤 위험을 인지하고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이를 용인한 경우에도 고의가 있다고 보는 법리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A이 설계도서 확인 의무를 위반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상: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성립하는 죄입니다. 원청과 감리단이 시공관리 및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는 원청과 하청의 관계를 불문하고 모든 작업이 설계도서에 따라 정확하게 시공되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임시 시설물이라도 공사의 안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은 더욱 엄격한 관리와 검증이 필수적입니다.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는 최소한의 기준이므로 목록에 없다는 이유로 중요한 안전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인장시험 등 시공의 안정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는 반드시 계획대로 이행되었는지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합니다. 수급업체의 작업에 대해 원청 및 감리단은 상시적인 지휘 감독 의무를 다하고 임의적인 작업 변경이나 허위 보고를 막기 위한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작업할 가능성이 있는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포괄적인 안전 관리에 힘써야 합니다. 중요한 공정의 시공 순서를 변경할 때는 반드시 원청 및 감리단의 공식적인 승인 절차를 거치고 변경에 따른 추가적인 안전성 검토와 확인 조치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