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 B와 친구 C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자신의 자취방으로 피해자를 데려왔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태임을 이용해 유사강간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사건 직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성범죄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며, 피해자가 주장하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와 피해자 B는 2019년 11월경부터 2020년 6월경까지 연인 관계였습니다. 2020년 4월 10일 저녁 6시경, 피고인, 피해자, 친구 C은 수원시 팔달구의 한 술집에서 소주 5병가량을 나눠 마셨습니다.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화장실에서 구토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피고인과 C은 피해자를 부축하여 피고인의 자취방으로 데려갔습니다. 다음 날 새벽 1시에서 2시경 사이 피고인의 자취방 침실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였음에도 피해자의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바지 단추를 풀고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고 손가락을 음부에 삽입하는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C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성관계를 시도하며 피해자의 음부를 만진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가 울음을 터뜨리자 즉시 중단했고 손가락을 음부에 삽입하는 행위는 없었으며,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 B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여부, 피고인 A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유사강간 행위를 했는지 여부, 피해자 B의 진술과 피고인 A, 친구 C의 진술 중 어느 쪽에 더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고 사건 직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성범죄 피해자와는 이례적이었으며, 피해자가 주장하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준유사강간죄 (형법 제297조의2): 이 사건의 쟁점인 준유사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유사강간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여기서 '항거불능'이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한 상태뿐만 아니라,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여 심리적으로도 저항이 어려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어려웠지만, 법원은 피해자가 자신의 상태나 대화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피고인의 손을 밀쳐내며 불쾌감을 표현한 점 등을 들어 '항거불능' 상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재판의 증명책임 (형사소송법 제325조):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증명이 부족하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있어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가 되지만,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타당성, 객관적인 정황, 경험칙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술과 수면제를 과다 복용했을 가능성, 사건 직후 2개월 이상 피고인과의 연인 관계를 지속하고 연락을 주고받은 점, 약 1년 4개월이 지나 고소된 경위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죄판결의 요지 공시 (형법 제58조 제2항): 형법 제58조 제2항은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의 동의가 있거나 공시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술자리나 만취 상황에서는 성적 동의 여부가 불분명해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명확한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은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가 불확실하다면, 반드시 상대방의 명확한 동의를 구해야 하며 동의는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거나 기억이 왜곡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범죄 피해를 주장할 경우, 사건 발생 직후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연되면 증거 인멸이나 기억 왜곡 등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성적인 접촉이 있었을 경우, 이후 관계 지속 여부나 평소와 다른 행동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