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행담도개발 주식회사의 전 대표이사와 전 이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의 퇴직금 및 연봉 인상분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회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경영진이 자신들의 퇴임을 앞두고 과도하게 퇴직금 지급률을 높이고 연봉을 인상한 행위는 회사 재산의 부당한 유출이자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피고 회사인 행담도개발 주식회사는 1999년에 설립된 이래 지속적인 경영난과 막대한 누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매출액에 비해 임원 급여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소외 1이 사기죄로 구속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면서 피고의 경영권은 불안정한 상태에 놓였습니다. 지배주주인 EKI B.V.가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임박하고 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원고들을 비롯한 경영진은 곧 지배주주가 변경되고 자신들도 교체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6월, 소외 1의 측근인 원고 1의 요청에 따라 당시 대표이사 소외 3은 이사회를 개최하여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이 사건 퇴직금 규정) 제정을 결의했습니다. 이 규정은 대표이사의 퇴직금 지급률을 기존의 5배, 이사는 3배로 인상하고, 인상된 지급률을 임원의 근속 기간 전체에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규정은 2008년 6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인 한국도로공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외 1의 측근인 소외 2가 EKI B.V.를 대리하여 찬성함으로써 통과되었습니다.
이후 2010년 9월과 10월에는 원고들을 포함한 임직원 10명이 연봉 인상 계약을 체결했는데, 원고 2는 연봉이 66.7% 인상되었고 원고 1도 29.7% 인상되었습니다. 이 사건 퇴직금 규정에 따라 소외 3은 대표이사 사임 시 인상된 기준으로 약 6억 7백만 원의 퇴직금을 수령했습니다. 원고 1도 51일간 대표이사로 재직한 것만으로 퇴직금이 5억 원 이상 증액되고, 원고 2도 약 3천 5백만 원 증액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2010년 10월, 씨티그룹이 질권을 실행하여 피고의 새로운 지배주주가 되었고, 같은 해 11월 원고들은 이사직을 사임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인상된 퇴직금 및 연봉을 청구했으나, 피고가 지급을 거부하면서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이 자신들의 퇴임을 앞두고 과도하게 퇴직금 지급률을 인상하고 연봉을 높인 행위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회사 재산의 부당한 유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유효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하여, 하급심의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이사가 회사에 대한 경영권 상실 등으로 퇴직을 앞둔 상황에서, 회사의 재무 상황이나 영업 실적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다한 퇴직금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이를 통과시킨 행위는 회사를 위한 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반하여 회사 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러한 위법행위는 유효하지 않으므로, 이를 근거로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연봉 인상 계약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 총액만 결정되었을 뿐 개별 임원의 인상된 연봉에 대한 구체적인 결의가 없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법 제388조 (이사의 보수)는 주식회사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정하지 아니한 경우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사의 보수에는 퇴직금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정관이 임원 보수 및 퇴직금 결정을 주주총회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법원은 단순히 주주총회 결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보수 지급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사의 보수는 그 직무 수행에 대한 보상인 만큼 회사의 재무 상황이나 영업 실적에 비추어 합리적 비례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현저히 균형성을 잃을 정도로 과다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는 이사가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회사의 경영권 상실 등으로 퇴직을 앞둔 이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나치게 과다한 보수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주주총회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이를 통과시킨 행위는 회사를 위한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회사 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위법 행위는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사실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심 법원은 피고 회사의 재무 상황, 임원의 직무 내용, 퇴직금 규정의 내용 및 제정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원들의 행위가 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 인정 및 판단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임원 보수 및 퇴직금 결정 시에는 회사의 재정 상태와 영업 실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 임원들의 과도한 보수나 퇴직금 인상은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나 퇴직금 규정을 결정할 때는 그 금액, 지급 시기, 지급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결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총액만 정하고 개별 임원의 보수를 임의로 인상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경영진 교체나 지배주주 변경이 예상되는 시기에 현 경영진이 자신들의 퇴임을 대비하여 과도한 보수 규정을 만들거나 연봉을 인상하는 행위는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이러한 행위는 회사 재산의 부당한 유출로 이어져 배임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소수주주가 반대하더라도 지배주주의 의결권으로 특정 안건이 통과될 수 있지만, 그 내용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고 이사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면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