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이 사건은 피고인 A가 남편 C을 니코틴 중독으로 살해한 혐의와 남편 사망 후 그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1심과 환송 전 2심에서는 살인죄와 사기죄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30년이 선고되었으나, 대법원에서 살인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파기환송 후 항소심에서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컴퓨터등사용사기죄만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와 피해자 C는 2010년 결혼하여 아들을 낳고 살았습니다. 피고인은 2018년부터 다른 남자 D과 내연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채무가 늘어나자 피해자 몰래 대출을 받고 예물을 파는 등의 행동을 했고, 이를 알게 된 피해자가 크게 질책했습니다. 2021년 3월 중순경 피해자는 피고인의 외도와 채무 사실에 대한 배신감으로 자살 시도를 한 이력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사망 전날 가슴 통증으로 피고인과 응급진료센터에 다녀온 후 귀가했고, 새벽에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사망한 남편 명의로 휴대폰을 이용해 300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남편을 살해했다는 살인 혐의를 간접증거만으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니코틴 음용 방식의 개연성, 범행 동기의 명확성,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 배제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둘째, 남편 사망 후 그의 명의를 도용하여 대출을 받은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의 유무죄 판단입니다.
항소심 법원(환송 후 당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살인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주된 이유로,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니코틴 음용 시의 특성상 의식이 있는 피해자에게 몰래 투여하기 어렵다는 점, 범행 준비 및 실행 정황에 대한 명확한 증거 부족, 피고인의 범행 후 행동이 계획적 살인자의 모습과 다르다는 점, 피해자 스스로 니코틴을 음용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범행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반면, 남편 사망 후 그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는 피고인이 인정하고 관련 증거가 명확하여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형사재판의 증명책임 및 엄격한 증명 (대법원 2012도231 판결 등):
법원조직법 제8조 및 형사소송법상 상고심 판결의 기속력:
증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살인죄와 같은 중범죄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독극물 등을 이용한 범죄의 경우, 독극물 준비, 투여 방법, 피해자의 반응, 범행 후 피고인의 행동 등 모든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없이 논리적, 경험적, 과학적 법칙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또한, 범행 동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피해자 스스로 다른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면,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고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없었다는 점도 증명 책임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