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성범죄
피고인은 지인인 피해자와 술을 마신 후 모텔에 동행하여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검사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이용하여 간음한 준강간 혐의로 피고인을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가 모텔에 들어갈 당시 스스로 걸어 들어갔고 성관계 전 4시간 이상 휴식을 취한 점 성관계 이후에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친밀한 내용의 문자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관계 사실을 명확히 기억하는 듯한 정황이 발견된 점 피해자가 사실혼 배우자와의 통화 이후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고소를 진행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지적장애 3급으로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거나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8년 3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사이로 친분을 유지해왔습니다. 2020년 3월 14일 오후 3시경부터 자정 무렵까지 피고인과 피해자는 지인과 함께 또는 단둘이 총 5차례에 걸쳐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인근 모텔로 데려갔습니다. 모텔에 들어간 지 약 4시간 후인 2020년 3월 15일 오전 5시에서 8시 사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성관계 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헤어졌으며 사건 당일과 그 이후 3일간 친밀한 문자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성관계에 대한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노래방에서 피고인을 때린 일에 대해 사과하고 합의서를 작성하는 일을 의논했으며 피고인의 임신 걱정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고 답하는 등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3월 18일 오후 3시 46분경부터 피해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와의 통화 이후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그날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행동을 따지기 시작했고 고소와 합의금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해자 본인이 아닌 울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사실혼 배우자가 2020년 3월 22일 고소장을 작성하여 경찰에 접수하며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성관계를 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와 피고인의 고의가 모두 명확히 증명되어야 합니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거나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와 관련이 있습니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대법원 판례). 또한 형사재판에서는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합니다. 즉 단순히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해서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모텔에 들어갈 당시 스스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갔다는 CCTV 영상과 성관계 이전에 약 4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이 있었던 점 성관계 이후에도 피해자와 피고인이 친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는 듯한 문자 메시지 내용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지적장애 3급인 점과 경찰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 번복이 '명시적 동의' 유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 그리고 이전에도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적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성관계는 당사자 간의 의사소통과 합의 여부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상대방이 술에 과도하게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사건 발생 전후의 객관적인 정황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CCTV 영상 문자 메시지 통화 기록 등은 당사자의 주장보다 더 큰 증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성관계 전후 당사자 간의 대화 내용 행동 양상 관계의 변화 등은 고의 여부나 합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한 후 모텔까지 동행한 경위 모텔 안에서의 휴식 시간 성관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그리고 성관계 후의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 합의된 성관계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상황에서의 명시적인 동의나 상황에 대한 오해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거나 취중 상태로 동의를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성관계를 삼가는 것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