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 노동
교통사고로 머리 부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24세 여성이 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신경외과 의사와 마취과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개두술을 계획하고 기관내삽관을 시도했으나 여러 차례 실패했습니다. 이후 기관절개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출혈이 발생하여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천두술로 수술 방식을 변경하여 진행했습니다. 환자는 수술 후 사망했고, 의료진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 A 의사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나, 항소심에서는 의료진의 의료행위가 응급상황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었고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10년 8월 12일 오전 7시 15분경 교통사고를 당한 24세 여성이 C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환자는 급성경질막바깥출혈 및 뇌출혈 등의 심각한 머리 부위 손상을 입었고, 오전 8시 45분경에는 좌측 반신 마비와 우측 동공 산대, 수술실 이동 시점인 8시 50분경에는 양쪽 동공이 모두 산대되고 맥박이 38회에 불과할 정도로 생체징후가 불안정한 위급 상황이었습니다. 피고인 A 신경외과 과장과 피고인 B 마취과장은 개두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위한 기관내삽관을 시도했으나 성문을 찾지 못해 B 의사가 2회, A 의사가 1회 시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에 B 의사의 권유로 A 의사가 기관절개술을 시도했으나, 기관 연골이 아닌 옆 연부조직에 튜브를 삽입하면서 출혈이 발생하여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기도 확보에 약 40분이 지연되었고, 당초 계획했던 개두술 대신 천두술로 변경하여 오전 9시 30분경에 수술에 착수했습니다. 환자는 수술이 끝난 후 오전 11시 35분경 중환자실에서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숙련된 전문의임에도 불구하고 기관내삽관 및 기관절개술에 실패하고 수술을 지체하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의사들의 기관내삽관 및 기관절개술 시도 실패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천두술 수술 지연이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의료행위 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피해자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피고인 A 의사와 B 의사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응급상황에서의 의료행위 특수성을 고려하여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가 경감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피고인들의 의료행위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복합적일 수 있고 의료진의 과실로만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응급의료 상황에서의 의사의 주의의무 범위와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성립 여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3조 제1항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이 법 조항은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환자에게 발생한 생명의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히 제공하는 응급의료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더라도, 그 의료행위가 불가피했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형법」 제268조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본 판례에서는 응급환자의 경우 의사의 주의의무가 경감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의사들이 소극적인 의료행위 대신 적극적이고 과단성 있는 생명 구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취지입니다.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료진은 이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일부 지연이나 합병증 발생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합리적인 진료 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의 진료 재량 및 주의의무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2008도3090 등)에 따르면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이 개두술을 계획했다가 기도확보 실패 후 천두술로 변경한 것, 그리고 기도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합리적인 의료행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아 의사의 재량권을 존중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의 인과관계 증명 책임: 형사재판에서는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며,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이미 수술실 도착 당시 소생 가능성이 희박했고,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로 인한 머리 부위 손상 그 자체일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응급상황에서의 의료행위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의사에게 더 큰 신속성과 단호함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설령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그 모든 결과를 의료과실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에는 해당 의료행위가 당시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지식에 비추어 합리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의료행위가 환자의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를 객관적인 전문가 감정 등을 통해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 측 요인이나 돌발적인 합병증 발생 가능성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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