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재물손괴
타이완 국적의 피고인이 잃어버린 안경과 현금 인출 실패에 화가 나 서울 중구의 한 은행 자동화코너 출입문에 설치된 유리 감지기 전선을 뜯어 손괴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과거에도 절도죄와 공용물건손상죄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며, 특히 직전 형 집행 종료 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질러 누범에 해당했습니다. 피고인 측은 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물손괴죄로 징역 4월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2025년 3월 28일 새벽, 서울 중구에 있는 C은행 D점 자동화코너에서 자신의 안경을 잃어버리고 현금 인출까지 실패하자 화가 극도로 치솟았습니다. 이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곳 출입문에 설치된 피해자 소유의 유리 감지기 전선을 잡아당겨 뜯어내 손괴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조울증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반복된 범죄(누범)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4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안경 분실과 현금 인출 실패로 인해 화가 나 우발적으로 유리 감지기 전선을 뜯어 재물을 손괴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범행 당시 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위, 범행 전후 피고인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심신미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인은 이전에도 재물손괴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직전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약 4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누범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당시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은 참작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재물손괴죄와 누범 가중에 관한 형법 규정들이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은행 자동화코너 출입문의 유리 감지기 전선을 뜯어 손괴한 행위는 타인의 재물 효용을 해한 것으로 이 조항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5조 (누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어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는 누범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피고인은 2024년 11월 16일 이전 절도죄 형 집행을 종료한 후 약 4개월 만인 2025년 3월 28일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3년 이내에 재범을 저질러 누범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누범의 형은 그 죄에 정한 형의 2배까지 가중될 수 있어 양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형법 제42조 (형의 가중감경): 이 조항은 누범이나 경합범 등의 사유로 형을 가중할 때 그 형의 상한을 징역 30년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누범 가중 시 적용되는 형량의 최대치를 규정하는 조항으로 고려되었습니다.
심신미약 (형법 제10조): 피고인 측은 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고, 심신장애로 인하여 위와 같은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범행 당시 정신 상태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의 분노나 좌절감은 이해할 수 있지만, 타인의 재산을 손괴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명백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자동화코너와 같은 공공시설물에 대한 손괴는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시설 관리 주체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이므로 엄중히 다루어집니다. 이미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법상 '누범'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으며, 이는 형량을 결정하는 데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심신미약' 주장은 법원에서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정신 질환이 있다고 해서 모든 범죄에 대해 심신미약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법원은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 범행 전후의 행동, 의사소통 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재물손괴죄는 피해 금액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성립하며, 피해 회복 노력 여부도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