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파산한 저축은행의 업무보조인으로 일했던 근로자들이, 피고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적용한 임금피크제(만 58세 이후 임금 감액)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감액된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근로자 집단 동의를 얻지 못하여 임금 감액 부분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고들에게 미지급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파산한 저축은행의 업무를 보조하던 근로자들은 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해왔습니다. 2015년과 2017년에 걸쳐 취업규칙이 개정되면서 만 58세가 도래하는 시점부터 임금이 감액되는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근로자들은 임금 감액이 포함된 취업규칙 개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해 무효이며, 고령자고용법상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감액된 임금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인 파산관재인은 취업규칙 개정이 불이익 변경이 아니거나, 설령 불이익 변경이라 해도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갱신 계약에 동의했으므로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다투었습니다.
만 58세 이상 업무보조인의 임금을 감액하는 취업규칙 개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불이익 변경에 대한 근로자 집단 동의 절차가 준수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임금 감액 부분이 무효일 경우 개별 근로계약 갱신 시 감액된 임금에 합의했더라도 그 효력이 유효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 중 임금 감액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며,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했으므로 원고들에게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임금 감액된 내용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했더라도, 무효인 취업규칙 변경에 따른 것이므로 원고들은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피고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는 원고들에게 별지 2 인용목록에 기재된 미지급 임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판결 선고일인 2024년 7월 5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파산 저축은행 업무보조인들의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액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따르지 않아 무효이므로, 감액된 임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다음의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없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임금 감액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며,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해 해당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판단 기준은 해당 근로조건 변화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근로조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고용가능연한 연장과 임금 감액은 성질상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없다고 보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에 대한 법리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갱신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관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 근로자에게 정당한 갱신 기대권이 인정됩니다. 원고들에게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어 취업규칙 변경 전의 고용가능연한까지 기존 근로조건으로 근무할 권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민법 제662조 제1항은 고용기간 만료 후 노무자가 계속 노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상당 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전 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명시적 갱신계약에서 일부 조건이 무효인 경우에도 이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종전과 동일한 임금으로 갱신되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섯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1조, 제8조는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법원은 임금 감액 약정 부분이 무효인 경우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갱신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기간제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사업주가 임금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며, 법원은 임금 감액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위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지연손해금의 적용은 소송촉진법 제3조 제2항 및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제3호에 따라, 채무자가 이행 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대해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상 이율(연 6%)을 적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근로기준법상 이율(연 20%)을 적용하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의,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개인적인 동의만으로는 불이익 변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정년 연장과 임금 감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임금 감액 부분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다면 집단적 동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라도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취업규칙 변경으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면 그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이 갱신되는 상황에서 일부 근로조건(특히 임금)에 대한 합의가 무효로 판단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근로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되었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 등 연령을 이유로 한 임금 감액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없으면 위법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에 연령 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