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조달청을 통해 원고 A를 위한 원자력발전소 진동시험기를 구매하는 계약을 피고 주식회사 B와 체결하고 피고 C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피고들은 진동시험기를 약정된 기한 내에 설치하지 못했으며, 설치 후에도 시험기에서 신호 왜곡, 신호 증폭, 진동 상태 제어 곤란 등의 심각한 하자가 발견되어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검증 기준(IEEE Std 382)을 충족하는 시험이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은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대한민국과 원고 A은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B와 피고 C 모두를 계약상의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는 당사자로 보아 연대 책임을 인정했으며, 대한민국에게는 기지급한 매매대금 전액과 이자를, 원고 A에게는 설치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통관 및 부대 비용, 전기료, 하자 보수 출장 비용 등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다만 원고 A이 청구한 설치 장소 임차 비용, 바닥 및 부대 시설 공사비 등은 통상적인 손해가 아닌 특별 손해로 보아 피고들이 그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증명이 없어 배상이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은 원자력발전소 등에 설치되는 기기의 내진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진동시험기가 필요했고, 대한민국은 구 조달사업법에 따라 조달청을 통해 해당 진동시험기를 구매 요청했습니다. 피고 B는 피고 C을 공급자로 하여 입찰에 참여해 낙찰되었고, 2013년 12월 26일 대한민국과 피고 B 사이에 매매대금 미화 1,053,200달러의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진동시험기는 2014년 12월 22일 원고 A에 인도되었으나, 2016년 9월 20일에야 설치가 완료되어 약 1년 9개월 가량 설치가 지연되었습니다. 설치 후 시험운전 과정에서 신호 왜곡, 신호 증폭, 진동 상태 제어 곤란 등 심각한 하자가 발견되어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검증 기준(IEEE Std 382)을 충족하는 시험이 불가능했고, 피고 C은 하자 보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은 2020년 4월 24일 피고 B에 대해 계약 해제를 통지하고, 대한민국과 원고 A은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계약의 성격이 '제3자를 위한 계약'이자 '제작물공급계약' 중 '도급'의 성질을 가지는지 여부, 피고 주식회사 B와 피고 C이 계약 당사자로서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 진동시험기에 계약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 피고들의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및 그 범위, 특히 원고 A이 청구한 손해가 통상 손해에 해당하는지 특별 손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B와 피고 C이 연대하여 원고 대한민국에게 1,114,328,770원과 해당 금액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원고 A에게는 377,480,278원과 해당 금액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지급한 매매대금 전액과 원고 A의 지체상금 111,681,328원, 통관비 및 부대비용 71,614,164원, 전기료 185,978,080원, 하자 보수를 위한 출장 비용 8,206,706원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원고 A이 청구한 설치장소 임차 비용, 바닥 및 부대 시설 공사비, 진동시험기 반출 및 설치장소 원상회복 관련 비용 등은 특별 손해로 보아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대한민국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들이 부담하고, 원고 A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의 70%는 원고 A이, 30%는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자력발전소 진동시험기 공급 및 설치 계약의 이행 지연과 중대한 하자에 대해 피고 주식회사 B와 피고 C의 연대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매매대금 전액을 돌려받았고, 원고 A은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통상 손해에 해당하는 지체상금과 특정 비용을 배상받았으나, 특별 손해로 분류된 일부 비용은 배상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몇 가지 중요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첫째,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의 요청으로 체결하는 계약은 국가가 당사자가 되고 수요기관은 수익자에 해당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7다247145 판결 등 참조)에 따라, 대한민국이 계약 당사자이고 원고 A은 수익자로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둘째, '특정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대체 불가능한 제작물 공급 계약은 '도급'의 성질을 띠므로, 하자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56685 판결 등 참조)에 따라 이 사건 진동시험기 구매 계약을 도급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보아 피고들의 하자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셋째, 계약상대방인 피고 주식회사 B뿐만 아니라, 공급자 증명서를 제출하며 계약상 모든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겠다고 확약한 피고 C 또한 입찰 특별 유의서와 계약의 내용에 따라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모든 의무와 책임을 연대하여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에 따라 피고들은 대한민국에 기지급받은 매매대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며, 지체상금은 계약에 명시된 지체상금률(1일 0.15%)과 총 계약금액의 10%라는 상한을 적용하여 산정되었습니다. 다섯째, 손해배상액 산정 시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통상의 손해로서 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이를 초과하여 지출한 비용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등 참조)를 적용하여, 원고 A이 청구한 손해 중 통관비, 전기료, 하자 보수 출장비 등은 통상 손해로, 설치 장소 임차료 및 공사비 등은 특별 손해로 보아 책임 범위를 달리 판단했습니다.
고가의 정밀 장비를 구매할 때는 계약서에 납기일, 성능 기준, 하자 보수 책임 및 지체상금에 관한 조항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공급자가 여럿이거나 해외 공급자가 포함된 경우, 모든 당사자의 연대 책임 조항과 공급자증명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명확하게 문서화하여 추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당사자가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제3자(수요기관)가 물품을 사용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인 경우, 계약의 수익자 또한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할 수 있으므로, 관련 비용 지출 내역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발생하는 손해는 '통상 손해'와 '특별 손해'로 구분될 수 있으며, '특별 손해'는 상대방이 그러한 손해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배상 책임이 인정되므로, 특수한 사정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할 경우 계약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명확히 고지하고 관련 합의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지체상금, 통관 비용, 장비 운영에 필수적인 전기료 등은 통상 손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나, 장비 설치를 위한 별도의 임차료나 대규모 공사비 등은 특별 손해로 분류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