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이 사건은 알 수 없는 사람이 원고의 개인정보와 인증정보를 이용해 원고 명의로 휴대전화와 계좌를 개설한 뒤, 피고 회사로부터 4천5백만 원의 비대면 대출을 받은 사건입니다. 원고는 자신이 대출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명의를 도용당한 것이므로 대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 회사는 신분증 사본, 네이버 인증서, 계좌 실명 확인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므로 대출 계약이 유효하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가 비대면 거래에 필요한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피고 회사의 대출금 반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23년 2월 1일,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 A 명의로 전자문서로 작성된 대출신청서를 받아 대출금 4천5백만 원을 원고 A 명의의 계좌로 입금했습니다. 원고 A는 2023년 2월 2일 수사기관에 자신이 성명불상자에게 속아 개인정보와 인증정보를 알려주었고, 이를 이용해 성명불상자가 원고 명의로 휴대전화와 계좌를 개설한 뒤 이 대출 계약을 체결하여 돈을 가로챘다고 신고했습니다. 이후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대출 원금 4천5백만 원과 이자 및 연체이자 1천1백5십4만9천5백8십8원을 합한 총 5천6백5십4만9천5백8십8원의 변제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대출 계약이 자신의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는 대출금 반환을 청구하는 반소(맞소송)를 제기했습니다.
알 수 없는 사람이 위조된 신분증과 도용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체결한 대출 계약의 효력이 있는지, 그리고 금융회사가 이러한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본인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에 대한 2023년 2월 1일자 대출 계약에 기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피고(반소원고)의 대출금 반환 청구(반소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대출 계약이 알 수 없는 사람이 원고의 동의 없이 명의를 도용하여 비대면 방식으로 체결된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피고 회사가 제출받은 운전면허증 촬영사진이 위조된 것이었고, 피고 회사가 전문 금융회사임에도 그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피고 회사는 비대면 금융거래 시 필수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중 두 가지 이상의 중첩된 본인확인 방법을 이행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회사가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대출 계약은 원고에게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 주로 적용됩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정의) 는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가 전자적 장치를 통해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거래를 '전자금융거래'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비대면 대출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5조 (전자문서에의 적용 등) 는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전자문서에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전자문서법)의 관련 조항이 적용된다고 규정합니다.
특히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는 '전자문서의 수신자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그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유권해석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을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비대면 거래 시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② 영상통화, ③ 접근매체 전달 과정에서 신분확인증표 확인, ④ 타 금융회사에 개설된 기존계좌 활용, ⑤ 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생체정보 이용) 중 두 가지 이상을 필수적으로 중첩하여 적용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⑥ 타 기관 확인 결과 활용(공인인증서, 아이핀, 휴대폰 번호 등)이나 ⑦ 다수의 개인정보 검증 방법을 보완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금융회사가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에서 이러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또는 이에 준하는 엄격한 본인확인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대출 계약과 같은 전자문서에 따른 법률 효과가 명의인에게 유효하게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비대면 금융거래 시 개인정보와 인증정보 유출로 인한 명의 도용 피해를 입었다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해당 금융회사에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금융회사는 비대면 대출 계약 체결 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 따라 최소 두 가지 이상의 본인확인 방법을 중첩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금융회사가 위조된 신분증을 통해 본인확인을 시도했거나, 필수적인 여러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해당 대출 계약의 효력이 부인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된 대출 계약에 대해 금융회사가 채무 변제를 요구할 경우, 적극적으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평소 개인정보와 인증정보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고,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나 개인정보 요구에는 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