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위쳇 구인광고를 통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로부터 지시를 받아 피해자로부터 1,000만 원을 수거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보이스피싱 관련 행위임을 몰랐고 사기 범의도 없었으며,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와 공동정범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징역 6개월 형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3월 위쳇 구인광고를 보고 'L' 또는 'M'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불법적인 일은 아니지만 하루 일당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업무'라는 설명만을 듣고 정식 채용 절차 없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피고인은 2021년 4월 21일부터 26일까지 7회에 걸쳐 현금을 수거하고 다른 조직원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건넨 현금의 약 3%에 해당하는 25만 원에서 72만 원을 급여로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불법적인 일이라고 짐작했으며, 일을 하면서 보이스피싱임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했습니다. 2021년 4월 27일, 피고인은 'L'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1,000만 원을 건네받으려다 피해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A에게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편취의 범의, 미필적 고의), 그리고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6개월 형의 양형이 적절한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심인 의정부지방법원 2021고단1904 판결은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의정부지방법원 2021노1565)는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와 공동정범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징역 6개월 형을 유지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공동정범으로서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의 징역 6개월 형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사기 미수 범행에 대한 것으로, 특히 '공동정범'과 '미필적 고의'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단순히 타인의 범행을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을 넘어, 공동의 의사로 특정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이스피싱과 같이 총책, 유인책, 수거책 등이 점조직 형태로 역할을 분담하여 이루어지는 조직적인 범죄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범죄 완성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현금 수거책과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도 그 역할이 범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에 해당하고 기능적 행위 지배가 인정되면 공동정범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의사 연락을 통해 현금 수거 및 전달책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그들과 일체가 되어 범행을 저지르기로 하고 불가결한 요건인 피해금 수거 및 전달 행위를 분담했다고 보아 공동정범을 인정했습니다.
미필적 고의의 법리: 범죄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는 범죄 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로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 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지 고려하여 행위자의 심리 상태를 추론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정식 채용 절차 없이 고액의 보수를 받으며 현금을 수거 및 전달하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에 가담한 점, 일을 시작하며 불법적인 일임을 짐작했고 일을 하면서 보이스피싱임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피해금을 수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액의 급여를 준다는 불분명한 구인광고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 조직의 현금 수거책 모집 수법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채용 절차 없이 개인 대 개인의 지시로 현금을 전달하는 업무는 불법 행위일 가능성이 크고, 특히 회사명이나 소재지 등 기본 정보 없이 진행되는 업무는 피해야 합니다. 단순히 돈을 전달하는 역할이라 할지라도, 보이스피싱과 같은 조직적인 범죄의 일부를 실현하는 행위로 판단되면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가담의 정도에 따라 무거운 형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몰랐다 하더라도, 사회 경험이나 업무 내용 등을 통해 불법성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고 판단되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불법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경제적 이득을 위해 지속적으로 가담한 경우, 범죄의 고의가 더욱 명확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