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원고 A는 전 배우자 D가 피고 B 보험사와 체결한 상해사망후유장해 보험의 보험수익자로, D가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자 보험금 3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보험사는 망인의 사망이 자살이므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생활고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약물을 과다 복용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아, 이를 고의에 의한 자살이 아닌 우발적인 상해사망으로 인정하여 보험회사는 보험금 3천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의 전 배우자 D가 2006년 피고 B 보험사와 상해사망후유장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수익자입니다. D는 2021년 2월 23일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으며 부검 결과 여러 약물에 의한 중독이 사인으로 밝혀졌습니다. D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아왔고, 2020년에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한 전력도 있었습니다. 또한 광고회사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횡령으로 수감생활을 했고, 이후 실업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했으며 2021년 1월에는 보이스 피싱 범죄까지 당하는 등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사망 당일에도 자살예방센터에 전화하고 가족들에게 유서와 유사한 메시지를 남긴 정황이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상황을 들어 D의 사망이 의사의 과다 약물 처방으로 인한 의료 과실이거나, 설령 자살이라 해도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상해사망'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 보험사는 망인의 사망이 자살, 즉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것이므로 보험 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망인의 사망이 의사의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망인의 사망이 보험 계약상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자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우발적인 상해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제1심 판결 중 원고의 일부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21년 11월 18일부터 2024년 6월 14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원고가 주장한 의사의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5%는 원고가, 95%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심각한 정신질환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약물을 과다 복용하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보험 약관상의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사망(자살)이 아니라 우발적인 '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피고 보험회사는 원고에게 보험금 3천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의사의 의료상 과실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법 제659조 제1항: 이 조항은 '보험계약자가 고의로 보험사고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보험자(여기서는 사망자 D)의 고의적인 행위, 즉 자살로 인해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험자의 면책 사유를 명시한 것입니다.
2. 관련 법리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이 보험자의 면책 사유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직접적인 원인 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상해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향,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 직전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와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의사로부터 우울증 등의 진단을 받고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왔으며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자살 무렵의 상황 전체의 양상과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만을 들어 상황을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보험금 청구 시에는 망인이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망인의 정신과 진료 기록, 입원 기록, 약물 처방 내역, 치료 경과 등 의료 관련 자료를 가능한 한 철저히 수집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사망 전후의 정황, 예를 들어 자살 시도 전력, 주변인과의 대화 내용, 남긴 메모,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 망인의 심리 상태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들도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보험 계약 시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사망은 보험금 지급이 면책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험 약관의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의료 과실을 주장한다면 해당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