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21세 청년 A는 'J' 사이트에 올린 이력서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A는 조직원의 지시를 받아 대출금 완납확인서를 위조하고 피해자로부터 2,700만 원을 수거한 혐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가 자신이 한 행위가 보이스피싱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위조의 고의도 없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총책, 관리책, 콜센터, 현금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범행을 저지릅니다. 피고인 A는 성명불상의 조직원 제안을 받아 현금수거책 역할을 맡았습니다. 2021년 5월 13일, F은행 및 E은행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들은 피해자 B에게 정부지원 저금리 대환 대출과 코로나19 서민 대출을 제안하며, 기존 대출금을 변제해야 새 대출이 가능하다는 거짓말로 B를 속였습니다. 같은 날, 다른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780만 원을 교부받으며 위조된 대출금 일부 완납확인서를 전달했습니다. 다음 날인 2021년 5월 14일, 다시 조직원은 B에게 추가 대출금 변제를 요구했고, 피고인 A는 조직원으로부터 이메일로 받은 E은행 명의의 '대출금 완납확인서' 파일을 PC방에서 컬러로 출력한 뒤, 서울 종로구 I빌딩 주차장 앞에서 피해자 B에게 이 위조된 완납확인서를 건네며 E은행 직원 행세를 하여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2,700만 원을 교부받았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이 관여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였는지, 즉 사기 및 사문서위조·행사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범죄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한다는 의심을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 불법성이 '보이스피싱'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었으며, 사문서 위조 역시 정상적인 업무 서류로 판단하고 출력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위조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범죄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유무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선고):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법원은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했을 때 이 조항에 따라 무죄를 선고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가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한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기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미필적 고의: 어떤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그 결과를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내심의 의사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불법적인 일일 수 있다'는 막연한 의심을 넘어, 구체적인 범죄 사실(여기서는 보이스피싱 사기)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어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됩니다. 법원은 행위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외부로 드러난 행위의 형태,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일반인의 입장에서 행위자의 심리 상태를 추정합니다. 증명책임 및 유죄 인정의 원칙: 형사 재판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유죄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고 합리적인 의심이 남아있다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in dubio pro reo)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했기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사문서위조죄에서의 고의: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문서가 위조됨을 인식하고 위조할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인 A의 경우, 조직원으로부터 받은 문서를 정상적인 업무 서류로 생각하고 출력한 것이므로 위조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수상한 고수익 아르바이트 경계: 불특정 다수로부터 현금을 직접 수거하거나 이체하는 단순 업무로 고액의 급여를 제안하는 아르바이트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정식적인 절차 없이 개인 계좌를 이용하거나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는 더욱 의심해야 합니다. 금융기관 사칭에 유의: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나 문자로 대출을 권유하거나,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라며 현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으면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문의하여 사실을 확인해야 합니다. 문서 위조 여부 확인: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받는 공식 문서가 이메일로 전달되거나 일반 PC방에서 출력해야 한다고 요구받는 경우, 그 진위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위조된 문서를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불법성 인지 여부 중요성: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적일 수 있다는 막연한 의심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구체적으로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므로,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해당 업무를 거절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협박 시 즉시 신고: 범죄 조직원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협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협박에 굴하지 말고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자발적인 신고는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