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방해/뇌물
이 사건은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이 조합 이사 중 한 명인 채무자가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이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조합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허위사실 유포 금지 및 위반 시 거액의 강제금 지급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유포했다고 주장된 사실들이 허위사실이라거나 그로 인해 조합의 업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조합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항고도 기각했습니다.
채권자 조합은 2009년 3월 건설사업관리업체(CM업체) 및 감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찰 평가 기준에 '제안가격의 적정성' 항목에 30점을 배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밀봉된 가격제안서 공개 후 용역금액을 44억 원으로 고정하여 업체들에게 '역제안'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 F 이사와 L 이사는 결의에 반대하며 퇴장했습니다. 이후 3월 31일 이사회에서는 6명 중 채무자, L 이사가 퇴장하고 M 이사가 선정표 작성을 거부하여 단 3명의 이사만이 업체 평가에 참여하여 ㈜Q을 선정했습니다. 이에 채무자 F 이사는 2009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조합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며, CM업체 선정이 조합장과 이사 2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어야 했고, 이사회 회의록이 사실을 왜곡하여 기재되었다(예: 반대 퇴장을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비웠다'고 기재, 성원 미달을 성원 충족으로 기재)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조합 측은 채무자가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조합 업무를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조합 이사가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에 담긴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해당 유인물 배포가 조합의 '업무방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조합)의 이 사건 가처분 신청에 대해 피보전권리(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 방지)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1심 결정과 동일하게 채권자의 항고도 기각되었습니다. 즉, 채무자가 배포한 유인물이 허위사실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배포한 유인물의 내용, 즉 건설사업관리업체 선정 과정의 공정성 문제 제기나 이사회 회의록 기재의 왜곡 주장이 단순한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라, 실제 발생한 사건과 이사회 운영 방식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비판이나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채권자 조합이 주장하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의 피보전권리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으므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과 관련하여 '허위사실 유포'의 의미와 '업무방해'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특정 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업무 방해를 미리 막기 위한 법적 절차입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려면 채권자에게 '피보전권리' 즉, 보호할 만한 권리(예: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로부터의 보호)가 존재하고, 그 권리를 임시로 보호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무자의 행위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피보전권리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허위사실 유포: 어떤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위가 '허위사실 유포'로 인정되려면, 그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과 다르고, 유포자가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채무자가 유포한 내용(예: CM업체 선정 과정의 자의성, 이사회 의결정족수 미달, 회의록의 사실 왜곡)이 단순히 허위사실이 아니라, 실제 발생한 상황에 대한 채무자의 합리적인 비판이나 평가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조합의 이사회 정관에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되어 있는데, 6명 중 3명 출석은 과반수 미달이므로 성원 미달 주장은 합리적 비판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도시정비사업과 같이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조합이나 단체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결정 시 정관이나 규정에 명시된 절차, 특히 이사회 개의 및 의결정족수 요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회의록은 실제 회의 내용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하며, 참석자의 발언이나 퇴장 등 중요한 사실 관계를 왜곡 없이 기재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의 알 권리와 이사들의 비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므로, 단순히 운영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서 이를 허위사실 유포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하며,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절차의 명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