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원고는 피고 명의로 운영되던 음식점에 축산물을 공급하고 미지급 외상대금 2천여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직접 계약 당사자이거나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명의대여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돼지고기 및 부산물 도소매업을 하는 원고 A는 2022년 10월 13일부터 2023년 10월 25일까지 피고 C의 명의로 운영되는 음식점 D에 호주산 꼬리, 우사태, 한우 사골, 미국산 아롱사태 등 총 85,753,259원 상당의 축산물을 공급했습니다. 원고는 이 기간 동안 2022년 10월 21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원고 명의 계좌로 65,612,691원을 송금받았으나, 20,140,568원이 미지급 상태로 남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C와 E이 부부로서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피고 C를 계약 당사자로 삼아 축산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며, 미지급된 외상대금 20,140,56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년 10월 26일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을 피고 C에게 청구했습니다. 설령 피고 C가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원고는 피고 C가 명의대여자로서 외상대금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부수적으로 주장했습니다.
피고 C가 축산물 공급계약의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설령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명의대여자로서 상법 제24조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1심 변론기일에서 'E이 피고의 사업자 명의를 빌려 거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 원고 소속 직원의 소개로 거래가 시작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가 계약의 직접 당사자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상법 제24조의 명의대여자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르는 데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이 없다는 판례 법리에 따라, 원고가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으므로 피고에게 명의대여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가 없어 기각되었으며, 제1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되어 원고의 항소가 기각되었습니다.
상법 제24조 (명의대여자의 책임)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관련 법리의 해설 이 조항은 어떤 사람이 자기의 이름이나 상호(가게 이름 등)를 다른 사람이 사업을 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락했을 때, 그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어떠한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입니다. 즉,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이름을 보고 '이 사람이 이 가게의 사장이구나'라고 믿고 거래한 고객이나 거래처는 명의대여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8309 판결 등)는 이러한 명의대여자 책임이 발생하는 예외를 인정합니다. 만약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명의대여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정도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면, 명의대여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본 사건에의 적용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축산물 공급업체)가 피고(명의대여자)가 직접 음식점의 운영자가 아니고 E이 피고의 명의를 빌려 영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법정에서 직접 명의대여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에게 상법 제24조에 따른 명의대여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사업자 명의를 빌려주거나 빌리는 상황에서는 계약 당사자를 명확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 사업자가 누구인지,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거래 상대방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여부가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됩니다. 만약 실제 운영자가 아닌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면,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전혀 몰랐고, 모르는 데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거래 계약 시에는 계약서에 실제 영업주와 명의대여 관계를 명확히 기재하거나, 거래 명세서, 송금 기록 등 모든 증빙 자료에 실제 거래 당사자를 명확히 표시하여 후일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