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 A가 카카오톡을 통한 투자 사기에 속아 피고 B 명의의 계좌로 총 34,172,000원을 송금하여 피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피고 B는 대가를 받고 자신의 계좌 접근매체를 사기범에게 빌려준 사실이 있었고, 이로 인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의 이러한 행위가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공동불법행위(방조)에 해당한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 A 또한 고수익에 현혹되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 B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30%인 10,251,600원으로 제한하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9월경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성명불상자로부터 '고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았습니다. 이에 따라 성명불상자가 지정한 피고 B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로 2020년 9월 24일부터 2020년 10월 30일까지 총 9회에 걸쳐 합계 34,172,000원을 송금했습니다. 피고 B는 이 사건 계좌의 통장, 보안카드, 체크카드, 공인인증서 등을 퀵서비스를 이용해 대가를 받고 빌려주었으며, 이로 인해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피고는 2017년과 2018년에도 두 차례 접근매체를 대여하여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고, 원고의 피해 중 일부는 피고가 계좌 대여 사실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에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계좌를 대여해 준 행위가 사기 범행을 방조한 불법행위이므로, 자신에게 발생한 손해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타인에게 금융 계좌의 접근매체를 빌려준 행위가 사기 범행에 대한 방조 불법행위로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와 그 책임의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10,251,6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년 5월 26일부터 2023년 8월 11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제1심 판결을 일부 변경했습니다. 원고의 청구금액 34,172,000원 중 30%에 해당하는 금액만 인용되었으며, 소송 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30%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사기 범행에 사용될 것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계좌 접근매체를 대여하여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또한 고수익을 얻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책임을 원고가 입은 손해액의 30%로 제한하여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타인의 불법행위를 도운 사람에게도 책임을 묻는 민법 제760조 제3항(공동불법행위)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불법행위를 직접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도록 부추기거나(교사) 돕는(방조) 행위를 한 사람도 직접 행위자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자신의 계좌 접근매체를 사기범에게 대가를 받고 빌려준 행위를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방조 행위'로 인정했습니다. 민사법에서는 불법행위를 돕는 데 있어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 즉 부주의로 인해 타인의 불법행위를 도운 경우에도 방조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불법행위를 돕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어겼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법원은 접근매체를 빌려준 사람이 자신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사용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와 그 계좌 대여가 실제 발생한 손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손해배상 책임 인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계좌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여한 점, 이미 과거에도 동종 범죄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계좌가 사기에 이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그리고 계좌가 전자금융사기 범행에서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가 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계좌 대여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책임 제한의 법리도 적용했습니다. 이는 피해자에게도 일정 부분 손해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는 경우, 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높은 수익을 얻겠다는 욕심에 성명불상자의 말을 쉽게 믿고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거액을 여러 차례 송금한 잘못이 인정되어, 피고의 책임이 전체 손해액의 30%로 제한되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타인에게 본인 명의의 통장, 체크카드, 공인인증서 등 금융 계좌의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사기 등 심각한 범죄에 연루될 수 있으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고수익 보장', '원금 보장' 등을 내세우며 투자를 유도하는 제안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출처가 불분명한 온라인 대화방이나 사이트를 통한 제안은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사기에 이용된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범죄에 이용된 계좌의 명의인에게도 사기 방조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해당 명의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때 명의인의 계좌 대여 경위, 고의성, 과거 전력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과실도 인정되어 손해배상 금액이 제한된 것처럼, 피해자에게도 일정 부분 주의 의무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등 본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