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이 남편의 임종을 앞둔 정신 지체 장애 여성에게 성폭력을 시도한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범행에 나아갔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또한 원심의 형량이 가볍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했습니다.
2022년 2월, 피해자의 남편이 임종을 앞두고 있어 가족들이 저녁에 장례식장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추울까 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기름 배달을 요청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에 기름을 배달하러 왔고, 피해자 남편의 건강 상태에 대해 대화하던 중 갑자기 피해자의 몸을 만지고 입에 성기를 넣으려 하며, 음부에 손가락을 넣는 등 유사강간 행위를 시도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뇌병변 장애 후유증으로 인한 지적장애(IQ 58, 정신연령 8세 2개월 수준) 상태였으며, 남편의 위독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었습니다. 피고인은 같은 동네에 25년 이상 거주하며 피해자의 장애 상태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피해자 역시 평소 피고인을 무서워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로 인해 성폭력처벌법상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원심의 형량이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적절한지에 대한 양형 부당 주장도 다루어졌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4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각 5년간 취업제한을 명했습니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은 면제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적장애와 남편의 위독이라는 심리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를 인지하고 이를 이용해 범행에 나아갔다고 보아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나아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2차 가해 행위를 한 점 등을 고려하여 원심의 형량이 가볍다고 판단, 형량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장애인 준강간):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여기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는 신체 기능이나 정신 기능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는 장애 그 자체로 반항이 어렵거나,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모두 포함합니다. 법원은 이 상태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장애 정도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주변 상황, 가해자의 행위 내용,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지적 능력 외에 사회적 지능, 의사소통 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이용하여' 간음의 의미: 성폭력처벌법상 '이용하여' 간음했다는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미필적 인식 포함) 이에 편승하여 간음 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신 지체 장애를 겪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성범죄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및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취업제한 명령): 성범죄자에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대한 취업을 제한하여 취약계층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5년간의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정신적 또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피해자의 취약성 때문에 더욱 엄중하게 다루어집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장애 정도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주변 상황, 가해자의 행위 내용 및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가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지적 능력 외에 사회적 지능, 의사소통 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피해자가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며,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으로 쉽게 단정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이웃이나 가족의 상태 변화나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인의 이상 징후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도 장애 특성을 고려하여 반복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도 진술 내용을 신중하게 청취하여야 합니다. 피해자가 느꼈던 감정(두려움, 수치심 등)이나 범행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상세하게 진술하고 이를 증거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장애를 인지하고 이를 이용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 및 양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