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01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가 비관리청으로서 항만시설을 건설한 후 국가에 귀속되었으나, 시설의 총사업비 산정 문제로 무상사용 기간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공사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건설이자의 총사업비 포함 여부와 법원의 재량 감액 가능성이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어, 법령 기준에 미달하는 총사업비 산정으로 인한 무상사용 기간 단축의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했으며, 원고에게 귀책사유 없는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건설이자는 총사업비에 포함되어야 하고 법원이 이를 재량으로 감액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 항만시설을 건설하고 무상사용권을 주장하는 회사(원고) - 대한민국: 항만시설의 소유권을 가지며 무상사용 기간 산정에 이의를 제기한 국가(피고) ### 분쟁 상황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는 1990년 11월부터 1992년 12월까지를 사업 기간으로 승인받아 항만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사는 1992년 11월 23일 일단 완료되었으나, 항만관제설비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으로 인해 관리청이 준공확인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사업 기간 연장을 신청하여 승인을 받았고, 연장된 기간 말일인 1994년 1월 31일 다시 준공 인가 신청을 하여 1994년 3월 4일 준공확인필증을 교부받았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사 지연 기간에 대한 건설이자를 총사업비에 포함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가 산정한 총사업비가 법령에 따른 기준에 미달하여 무상사용 기간이 단축될 위험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어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 핵심 쟁점 관리청이 아닌 자가 설치한 항만시설의 총사업비를 적법하게 산정하여 무상사용 기간을 확정하는 것이 쟁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 지방청장이 법령 기준에 미달하게 총사업비를 산정했을 때, 그 차액으로 인한 무상사용 기간 단축의 법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는지 여부. 2. 공사 기간 연장에 공사 시행자인 비관리청의 귀책사유가 없음이 인정되는 경우, 연장된 기간 동안 발생한 건설이자를 총사업비에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 3. 총사업비에 산입되는 건설이자를 법원이 재량으로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 ###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대한민국)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 결론 대법원은 비관리청이 항만시설을 건설한 경우, 총사업비 산정이 무상사용 기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부당하게 산정된 총사업비에 대해 법적 구제를 요청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공사 지연이 비관리청의 책임이 아닌 경우,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건설이자를 총사업비에 포함해야 하며, 법원이 이를 임의로 감액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여,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의 무상사용권 주장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민간이 공공사업에 투자했을 때 그 권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선례가 됩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항만법(1995. 1. 5. 법률 제49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제3항**: 이 법 조항은 관리청이 아닌 자(비관리청)가 항만공사로 조성하거나 설치한 토지 및 항만시설은 준공과 동시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비관리청은 그 귀속된 항만시설을 총사업비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민간의 공공시설 투자에 대한 보상적 성격의 무상사용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무상사용권의 기간은 총사업비에 따라 결정됩니다. 2. **구 항만법 시행령(1995. 12. 29. 대통령령 제148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2항, 제3항**: 이 시행령은 무상사용 기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규정합니다. 즉, 비관리청이 유상으로 사용할 경우 부담할 사용료, 타인으로부터 징수하는 사용료 및 면제받은 사용료의 총액이 해당 항만공사의 총사업비에 달할 때까지를 무상사용 기간으로 하되, 그 기간은 20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총사업비가 무상사용 기간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임을 보여줍니다. 3. **구 항만법 시행령 제18조**: 이 시행령은 총사업비에 조사비, 설계비, 순공사비, 보상비, 부대비 외에 '건설이자'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건설이자는 공사 기간 동안 투입된 자금에 발생하는 이자를 의미하며, 이 사건에서는 이 건설이자의 산입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4. **확인의 이익 법리**: 소송을 통해 어떤 법률관계의 존재나 범위를 확인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즉 현존하는 법적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그러한 확인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지방청장의 총사업비 부당 산정으로 인한 무상사용 기간 단축이라는 법적 위험이 존재하므로 원고에게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공사 지연에 대한 귀책사유 판단**: 항만공사의 준공확인이 최초 공사 기간을 초과한 시기에 이루어졌더라도, 그 기간 초과에 관하여 공사 시행자인 비관리청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이 인정되는 한, 초과된 기간에 해당하는 건설이자도 총사업비에서 제외할 수 없습니다. 이는 비관리청이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합리적으로 비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입니다. ###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1. **총사업비 및 무상사용권 이해**: 민간이 공공시설을 건설하고 국가에 귀속시키면서 무상사용권을 얻는 경우, 무상사용 기간은 총사업비에 따라 결정되므로 총사업비 산정 기준과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2. **공사 지연 사유 기록**: 공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 그 원인이 공사 시행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정부 기관이나 예측 불가능한 외부 요인 때문인지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증빙 자료를 철저히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건설이자 등을 총사업비에 포함시킬 때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3. **확인의 소 적극 활용**: 정부 기관의 총사업비 산정이 법령 기준에 미달하여 무상사용 기간이 단축될 우려가 있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확인의 소'를 통해 자신의 권리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법적 불안이나 위험이 현존할 때 이 소송은 유효한 수단이 됩니다. 4. **법령 기준 준수**: 총사업비 산정에 필요한 조사비, 설계비, 순공사비, 보상비, 부대비, 건설이자 등 모든 항목이 법령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금액은 법원의 재량으로 감액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0
원고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여수경찰서로부터 100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이후 대구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이 동일한 사유로 면허취소 처분을 내린 사안입니다. 법원은 이미 발생한 면허정지 처분의 효력과 이에 대한 원고의 신뢰를 이유로 후행 면허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원고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면허정지 및 취소 처분을 받은 당사자) - 대구광역시 지방경찰청장 (운전면허 취소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의 장) - 여수경찰서장 (음주운전 단속 및 초기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의 장) ### 분쟁 상황 원고는 1998년 6월 7일 혈중알코올농도 0.15% 상태로 음주운전하여 적발되었고, 여수경찰서로부터는 전산 입력 착오로 100일 면허정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운전면허 취소 권한이 있는 대구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은 원고의 법규 위반 사실을 통보받은 후, 여수경찰서의 처분과는 별개로 원고의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통지서를 발송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면허취소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핵심 쟁점 음주운전으로 인해 이미 유효한 행정처분(면허정지)이 내려진 후, 동일한 사유로 더 무거운 행정처분(면허취소)을 다시 내릴 수 있는지 여부와 행정처분의 불가변력 및 국민의 신뢰보호 원칙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대구광역시 지방경찰청장)가 부담한다. 즉, 원심과 같이 면허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판단을 확정했습니다. ### 결론 행정청이 일단 유효한 행정처분(여기서는 여수경찰서장의 면허정지 처분)을 한 경우, 법령에 규정이 있거나 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행정청 스스로 그 처분을 취소하거나 철회할 수 없으며, 국민은 선행 처분의 존속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됩니다. 이 사건의 면허정지 처분은 단순한 업무상 착오로 이루어졌을지라도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이 아니며 공익에 현저히 반하지도 않으므로, 이를 취소하고 더 무거운 면허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이중처분으로서 위법하다는 결론입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및 제41조: 이 사건에서 음주운전 등 법규 위반 시 운전면허의 취소 또는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음주운전의 정도에 따라 면허 취소 또는 정지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이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31조 및 시행규칙 제53조 제1항 [별표 16]: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의 개별 기준을 정한 규정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15%는 통상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준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착오로 정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 기준은 행정기관이 처분할 때 준수해야 할 지침이 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초기 처분(면허정지)이 이 기준에 어긋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분의 효력이 인정되었습니다. 행정처분의 불가변력: 행정청이 일단 행정처분을 하고 나면, 원칙적으로 그 처분을 한 행정청 스스로도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을 가집니다. 이는 행정법 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원칙으로, 이 사건에서는 여수경찰서장의 면허정지 처분이 이 원칙에 따라 후행 면허취소 처분을 막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예외(법령에 근거, 중대한 하자, 공익 위반 등)가 없는 한 행정청은 자의적으로 처분을 번복할 수 없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청의 적법한 또는 적법성을 신뢰할 만한 선행 조치에 대하여 국민이 신뢰를 형성하고 그 신뢰에 따라 일정한 행위를 한 경우, 행정청은 그 신뢰를 침해하는 후행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여수경찰서의 면허정지 처분을 신뢰하였고, 법원은 그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설령 초기 처분이 기준에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가 정지 처분을 믿고 있었으므로 갑자기 더 무거운 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신뢰를 해친다고 판단했습니다. ### 참고 사항 만약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후 경찰로부터 행정처분(면허정지 또는 취소) 통지를 받았다면, 통지서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하나의 위반 행위에 대해 두 개 이상의 다른 종류의 행정처분(예: 정지 후 취소)을 받은 경우, 먼저 내려진 처분의 효력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처분은 특별한 사유 없이는 변경하거나 취소하기 어렵다는 '불가변력'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청의 착오로 인해 실제 위반 내용보다 가벼운 처분이 먼저 내려진 경우, 그 처분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면 나중에 더 무거운 처분으로 변경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행정처분을 받은 사람의 '신뢰'를 보호하는 원칙에 해당합니다. 행정처분이 법규 위반으로 이루어졌더라도, 그 처분 자체가 당연 무효가 아니라면 유효한 처분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취소나 변경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가능합니다.
대구지방법원 1999
원고는 과거 박용우가 김원진으로부터 매수한 토지 중 일부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이전 소송 당시 매수했던 토지 중 29㎡가 누락되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부분에 대해 다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 소송이 이전 소송의 확정 판결에 의한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이전 소송의 대상과 이 사건 소송의 대상이 다르므로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원고 권용협: 김원진으로부터 토지를 명의신탁 받은 박용우 이재효를 거쳐 최종적으로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하는 당사자입니다. - 피고 김시환 및 선정자들: 원고가 토지를 매수할 당시 명의신탁의 대상이 된 토지의 원래 소유자인 김원진의 사망으로 그의 재산을 상속받은 공동상속인들입니다. ### 분쟁 상황 원고는 1964년 9월 4일 김원진으로부터 토지 일부를 특정하여 매수했으나 당시 편의상 전체 필지에 대한 지분 등기를 마쳐 명의신탁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토지는 이후 여러 사람을 거쳐 원고에게 넘어왔습니다. 김원진 사망 후 1990년 3월 11일 그의 상속인들(피고 김시환 외 선정자들)이 소유자가 되자 원고는 1997년 11월 17일 매수했던 토지 중 '전소 토지부분'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매수했던 토지 중 29㎡(이 사건 토지부분)가 이전 소송에서 누락되었음을 확인하고 다시 해당 부분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측은 이 소송이 이미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다시 제기된 것으로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주장했습니다. ### 핵심 쟁점 이전 소송에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승소한 후 동일한 명의신탁 관계의 다른 특정 토지 부분에 대해 다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것이 이전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한지 여부입니다. 즉 한 필지의 일부를 특정 매수한 후 명의신탁 해지를 시기 달리하여 여러 번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입니다. ### 법원의 판단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합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소송의 대상(소송물)이 이전 소송의 대상과 다르므로 이전 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소송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 법원이 이 사건 소송을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아 판결을 취소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특정 토지 부분을 매수하고 그 토지 전부에 대해 매수 부분에 상응하는 지분이전등기를 마쳐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된 경우 매수인이 특정 매수 부분 전체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특정 매수 부분 중 일부씩에 관하여 시기를 달리하여 명의신탁이 해지되면 각 토지 부분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각각 독립된 소송물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이전에 전소 토지부분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한 것과 현재 이 사건 토지부분에 대해 청구한 것은 별개의 소송물이므로 이전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민사소송법 제388조 (환송): '항소법원은 사건이 그 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그 소송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 또는 판결로써 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거나 또는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심 법원이 소송물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여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 소송을 부적법하다고 각하했으므로 항소법원은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입니다. 기판력 (Res Judicata): 확정된 종국판결의 내용에 따라 소송 당사자와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을 말합니다.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서는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송물이 '특정 매수부분 중 일부씩에 관하여 시기를 달리하여 명의신탁이 해지될 때마다 그 각 토지부분에 관하여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이전 소송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송의 소송물이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의신탁 해지: 명의신탁은 부동산의 실소유자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명의신탁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이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이전의 사안으로 보이며 명의신탁 해지는 신탁의 관계를 종료하고 실소유자가 다시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을 회복하는 절차입니다. 이때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게 됩니다. ### 참고 사항 부동산을 특정하여 매수했으나 등기 편의상 필지 전체에 대한 지분 등기를 한 경우 이는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명의신탁 해지 청구는 매수인이 특정하여 매수한 전체 토지에 대해 한꺼번에 행사할 필요는 없으며 상황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특정 부분별로 해지 의사를 표시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전 소송에서 누락된 토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이 이전 소송의 소송물과 명확히 구분되는 별개의 소송물로 인정될 경우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고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여러 필지 또는 한 필지 내의 여러 특정 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각 청구의 소송물을 명확히 구분하여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1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가 비관리청으로서 항만시설을 건설한 후 국가에 귀속되었으나, 시설의 총사업비 산정 문제로 무상사용 기간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공사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건설이자의 총사업비 포함 여부와 법원의 재량 감액 가능성이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어, 법령 기준에 미달하는 총사업비 산정으로 인한 무상사용 기간 단축의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했으며, 원고에게 귀책사유 없는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건설이자는 총사업비에 포함되어야 하고 법원이 이를 재량으로 감액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 항만시설을 건설하고 무상사용권을 주장하는 회사(원고) - 대한민국: 항만시설의 소유권을 가지며 무상사용 기간 산정에 이의를 제기한 국가(피고) ### 분쟁 상황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는 1990년 11월부터 1992년 12월까지를 사업 기간으로 승인받아 항만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사는 1992년 11월 23일 일단 완료되었으나, 항만관제설비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으로 인해 관리청이 준공확인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사업 기간 연장을 신청하여 승인을 받았고, 연장된 기간 말일인 1994년 1월 31일 다시 준공 인가 신청을 하여 1994년 3월 4일 준공확인필증을 교부받았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사 지연 기간에 대한 건설이자를 총사업비에 포함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가 산정한 총사업비가 법령에 따른 기준에 미달하여 무상사용 기간이 단축될 위험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어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 핵심 쟁점 관리청이 아닌 자가 설치한 항만시설의 총사업비를 적법하게 산정하여 무상사용 기간을 확정하는 것이 쟁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 지방청장이 법령 기준에 미달하게 총사업비를 산정했을 때, 그 차액으로 인한 무상사용 기간 단축의 법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는지 여부. 2. 공사 기간 연장에 공사 시행자인 비관리청의 귀책사유가 없음이 인정되는 경우, 연장된 기간 동안 발생한 건설이자를 총사업비에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 3. 총사업비에 산입되는 건설이자를 법원이 재량으로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 ###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대한민국)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 결론 대법원은 비관리청이 항만시설을 건설한 경우, 총사업비 산정이 무상사용 기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부당하게 산정된 총사업비에 대해 법적 구제를 요청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공사 지연이 비관리청의 책임이 아닌 경우,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건설이자를 총사업비에 포함해야 하며, 법원이 이를 임의로 감액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여,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의 무상사용권 주장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민간이 공공사업에 투자했을 때 그 권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선례가 됩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항만법(1995. 1. 5. 법률 제49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제3항**: 이 법 조항은 관리청이 아닌 자(비관리청)가 항만공사로 조성하거나 설치한 토지 및 항만시설은 준공과 동시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비관리청은 그 귀속된 항만시설을 총사업비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민간의 공공시설 투자에 대한 보상적 성격의 무상사용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무상사용권의 기간은 총사업비에 따라 결정됩니다. 2. **구 항만법 시행령(1995. 12. 29. 대통령령 제148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2항, 제3항**: 이 시행령은 무상사용 기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규정합니다. 즉, 비관리청이 유상으로 사용할 경우 부담할 사용료, 타인으로부터 징수하는 사용료 및 면제받은 사용료의 총액이 해당 항만공사의 총사업비에 달할 때까지를 무상사용 기간으로 하되, 그 기간은 20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총사업비가 무상사용 기간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임을 보여줍니다. 3. **구 항만법 시행령 제18조**: 이 시행령은 총사업비에 조사비, 설계비, 순공사비, 보상비, 부대비 외에 '건설이자'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건설이자는 공사 기간 동안 투입된 자금에 발생하는 이자를 의미하며, 이 사건에서는 이 건설이자의 산입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4. **확인의 이익 법리**: 소송을 통해 어떤 법률관계의 존재나 범위를 확인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즉 현존하는 법적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그러한 확인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지방청장의 총사업비 부당 산정으로 인한 무상사용 기간 단축이라는 법적 위험이 존재하므로 원고에게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공사 지연에 대한 귀책사유 판단**: 항만공사의 준공확인이 최초 공사 기간을 초과한 시기에 이루어졌더라도, 그 기간 초과에 관하여 공사 시행자인 비관리청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이 인정되는 한, 초과된 기간에 해당하는 건설이자도 총사업비에서 제외할 수 없습니다. 이는 비관리청이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합리적으로 비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입니다. ###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1. **총사업비 및 무상사용권 이해**: 민간이 공공시설을 건설하고 국가에 귀속시키면서 무상사용권을 얻는 경우, 무상사용 기간은 총사업비에 따라 결정되므로 총사업비 산정 기준과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2. **공사 지연 사유 기록**: 공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 그 원인이 공사 시행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정부 기관이나 예측 불가능한 외부 요인 때문인지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증빙 자료를 철저히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건설이자 등을 총사업비에 포함시킬 때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3. **확인의 소 적극 활용**: 정부 기관의 총사업비 산정이 법령 기준에 미달하여 무상사용 기간이 단축될 우려가 있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확인의 소'를 통해 자신의 권리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법적 불안이나 위험이 현존할 때 이 소송은 유효한 수단이 됩니다. 4. **법령 기준 준수**: 총사업비 산정에 필요한 조사비, 설계비, 순공사비, 보상비, 부대비, 건설이자 등 모든 항목이 법령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금액은 법원의 재량으로 감액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0
원고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여수경찰서로부터 100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이후 대구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이 동일한 사유로 면허취소 처분을 내린 사안입니다. 법원은 이미 발생한 면허정지 처분의 효력과 이에 대한 원고의 신뢰를 이유로 후행 면허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원고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면허정지 및 취소 처분을 받은 당사자) - 대구광역시 지방경찰청장 (운전면허 취소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의 장) - 여수경찰서장 (음주운전 단속 및 초기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의 장) ### 분쟁 상황 원고는 1998년 6월 7일 혈중알코올농도 0.15% 상태로 음주운전하여 적발되었고, 여수경찰서로부터는 전산 입력 착오로 100일 면허정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운전면허 취소 권한이 있는 대구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은 원고의 법규 위반 사실을 통보받은 후, 여수경찰서의 처분과는 별개로 원고의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통지서를 발송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면허취소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핵심 쟁점 음주운전으로 인해 이미 유효한 행정처분(면허정지)이 내려진 후, 동일한 사유로 더 무거운 행정처분(면허취소)을 다시 내릴 수 있는지 여부와 행정처분의 불가변력 및 국민의 신뢰보호 원칙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대구광역시 지방경찰청장)가 부담한다. 즉, 원심과 같이 면허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판단을 확정했습니다. ### 결론 행정청이 일단 유효한 행정처분(여기서는 여수경찰서장의 면허정지 처분)을 한 경우, 법령에 규정이 있거나 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행정청 스스로 그 처분을 취소하거나 철회할 수 없으며, 국민은 선행 처분의 존속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됩니다. 이 사건의 면허정지 처분은 단순한 업무상 착오로 이루어졌을지라도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이 아니며 공익에 현저히 반하지도 않으므로, 이를 취소하고 더 무거운 면허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이중처분으로서 위법하다는 결론입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및 제41조: 이 사건에서 음주운전 등 법규 위반 시 운전면허의 취소 또는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음주운전의 정도에 따라 면허 취소 또는 정지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이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31조 및 시행규칙 제53조 제1항 [별표 16]: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의 개별 기준을 정한 규정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15%는 통상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준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착오로 정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 기준은 행정기관이 처분할 때 준수해야 할 지침이 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초기 처분(면허정지)이 이 기준에 어긋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분의 효력이 인정되었습니다. 행정처분의 불가변력: 행정청이 일단 행정처분을 하고 나면, 원칙적으로 그 처분을 한 행정청 스스로도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을 가집니다. 이는 행정법 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원칙으로, 이 사건에서는 여수경찰서장의 면허정지 처분이 이 원칙에 따라 후행 면허취소 처분을 막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예외(법령에 근거, 중대한 하자, 공익 위반 등)가 없는 한 행정청은 자의적으로 처분을 번복할 수 없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청의 적법한 또는 적법성을 신뢰할 만한 선행 조치에 대하여 국민이 신뢰를 형성하고 그 신뢰에 따라 일정한 행위를 한 경우, 행정청은 그 신뢰를 침해하는 후행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여수경찰서의 면허정지 처분을 신뢰하였고, 법원은 그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설령 초기 처분이 기준에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가 정지 처분을 믿고 있었으므로 갑자기 더 무거운 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신뢰를 해친다고 판단했습니다. ### 참고 사항 만약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후 경찰로부터 행정처분(면허정지 또는 취소) 통지를 받았다면, 통지서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하나의 위반 행위에 대해 두 개 이상의 다른 종류의 행정처분(예: 정지 후 취소)을 받은 경우, 먼저 내려진 처분의 효력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처분은 특별한 사유 없이는 변경하거나 취소하기 어렵다는 '불가변력'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청의 착오로 인해 실제 위반 내용보다 가벼운 처분이 먼저 내려진 경우, 그 처분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면 나중에 더 무거운 처분으로 변경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행정처분을 받은 사람의 '신뢰'를 보호하는 원칙에 해당합니다. 행정처분이 법규 위반으로 이루어졌더라도, 그 처분 자체가 당연 무효가 아니라면 유효한 처분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취소나 변경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가능합니다.
대구지방법원 1999
원고는 과거 박용우가 김원진으로부터 매수한 토지 중 일부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이전 소송 당시 매수했던 토지 중 29㎡가 누락되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부분에 대해 다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 소송이 이전 소송의 확정 판결에 의한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이전 소송의 대상과 이 사건 소송의 대상이 다르므로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원고 권용협: 김원진으로부터 토지를 명의신탁 받은 박용우 이재효를 거쳐 최종적으로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하는 당사자입니다. - 피고 김시환 및 선정자들: 원고가 토지를 매수할 당시 명의신탁의 대상이 된 토지의 원래 소유자인 김원진의 사망으로 그의 재산을 상속받은 공동상속인들입니다. ### 분쟁 상황 원고는 1964년 9월 4일 김원진으로부터 토지 일부를 특정하여 매수했으나 당시 편의상 전체 필지에 대한 지분 등기를 마쳐 명의신탁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토지는 이후 여러 사람을 거쳐 원고에게 넘어왔습니다. 김원진 사망 후 1990년 3월 11일 그의 상속인들(피고 김시환 외 선정자들)이 소유자가 되자 원고는 1997년 11월 17일 매수했던 토지 중 '전소 토지부분'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매수했던 토지 중 29㎡(이 사건 토지부분)가 이전 소송에서 누락되었음을 확인하고 다시 해당 부분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측은 이 소송이 이미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다시 제기된 것으로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주장했습니다. ### 핵심 쟁점 이전 소송에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승소한 후 동일한 명의신탁 관계의 다른 특정 토지 부분에 대해 다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것이 이전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한지 여부입니다. 즉 한 필지의 일부를 특정 매수한 후 명의신탁 해지를 시기 달리하여 여러 번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입니다. ### 법원의 판단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합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소송의 대상(소송물)이 이전 소송의 대상과 다르므로 이전 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소송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 법원이 이 사건 소송을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아 판결을 취소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특정 토지 부분을 매수하고 그 토지 전부에 대해 매수 부분에 상응하는 지분이전등기를 마쳐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된 경우 매수인이 특정 매수 부분 전체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특정 매수 부분 중 일부씩에 관하여 시기를 달리하여 명의신탁이 해지되면 각 토지 부분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각각 독립된 소송물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이전에 전소 토지부분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한 것과 현재 이 사건 토지부분에 대해 청구한 것은 별개의 소송물이므로 이전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민사소송법 제388조 (환송): '항소법원은 사건이 그 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그 소송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 또는 판결로써 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거나 또는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심 법원이 소송물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여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 소송을 부적법하다고 각하했으므로 항소법원은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입니다. 기판력 (Res Judicata): 확정된 종국판결의 내용에 따라 소송 당사자와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을 말합니다.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서는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송물이 '특정 매수부분 중 일부씩에 관하여 시기를 달리하여 명의신탁이 해지될 때마다 그 각 토지부분에 관하여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이전 소송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송의 소송물이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의신탁 해지: 명의신탁은 부동산의 실소유자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명의신탁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이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이전의 사안으로 보이며 명의신탁 해지는 신탁의 관계를 종료하고 실소유자가 다시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을 회복하는 절차입니다. 이때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게 됩니다. ### 참고 사항 부동산을 특정하여 매수했으나 등기 편의상 필지 전체에 대한 지분 등기를 한 경우 이는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명의신탁 해지 청구는 매수인이 특정하여 매수한 전체 토지에 대해 한꺼번에 행사할 필요는 없으며 상황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특정 부분별로 해지 의사를 표시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전 소송에서 누락된 토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이 이전 소송의 소송물과 명확히 구분되는 별개의 소송물로 인정될 경우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고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여러 필지 또는 한 필지 내의 여러 특정 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각 청구의 소송물을 명확히 구분하여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