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 와인 코너에서 훑어보다 보면 한 번쯤은 발견하게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쯔바이겔트(Zweigelt)"인데요. 낯설고 발음도 까다로운 이 이름은 단순한 포도 품종명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이 포도 품종명은 오스트리아의 연구자 프리드리히 쯔바이겔트 박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독일어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이지만, 알고 보면 꽤 충격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답니다.
프리드리히 쯔바이겔트 박사는 1933년 나치당에 가입하고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오스트리아 내 나치당 활동을 지원했던 인물이에요. 그가 클로스터노이부르크 양조·원예학교에서 임시 소장과 정식 디렉터를 지내던 기간에 학교를 "국가사회주의의 거점"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기록도 존재하죠. 전쟁 후에는 전범재판소에 기소되었으나 실용주의 논리와 당시 대통령의 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2018년이 되어서야 이 포도 품종의 이름을 바꾸자는 운동이 일어났는데요. 일부 예술가와 연구자가 "국민 와인에 나치 부역자의 이름을 붙일 수 없다"며 블라우어 몬탁(월요일은 좀 쉬자라는 뜻을 품은 이름)이라는 대안을 제시했죠. 그러나 여전히 쯔바이겔트라는 이름도 사용하는 생산자들이 많고 "로트부르거(Rotburger)"라는 옛 이름도 병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제적 이유도 한몫하는데요. 50년 이상 굳어진 브랜드 네임을 바꾸는 것은 병 라벨부터 수출입까지 비용과 리스크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스트리아 와인의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와도 직결됩니다.
쯔바이겔트 와인은 진한 체리 향과 자두, 후추와 허브의 느낌이 조화로운 와인입니다. 우리 한식 갈비나 전과도 잘 어울리는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와인을 즐기기 전에 "이 와인의 이름이 나치 부역자의 이름임을 알아야 하는가?"라며 고민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죠.
사실 중요한 건 '알고 마시는 것' 아닐까요? 아무리 좋은 맛이라도 그 역사적 배경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요. 친일파나 나치 부역자의 이름이 붙은 상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각자의 기준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술 한 병에 녹아있는 역사와 윤리, 그리고 우리의 선택. 와인 한 잔에 마음속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스며드는 순간입니다. 그저 맛있다고만 하기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니까요. 앞으로 와인 코너에서 쯔바이겔트를 만나면 한 번쯤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