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 정완규 회장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입을 닫았습니다. 10월 5일이면 그의 공식 임기가 끝나지만 정관상 연임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연임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정 회장도 "드릴 말 없다"며 연임 계획을 살짝 회피하는 모습입니다. 뭔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엔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차기 회장 선출은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관료 출신, 민간, 학계까지 후보군이 골고루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관료 출신인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과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민간에서는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그리고 학계에선 김상봉 한성대 교수가 강력히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있어서 얼굴 마담 역할은 잘 해왔습니다. 하지만 업계 현안을 실질적으로 정책에 녹여냈냐 하면 의문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5명의 협회장 중 민간 출신은 딱 한 명뿐이라는 점입니다. 이러니 카드업계 전반에서 "관료 출신이 너무 자주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과의 가교 역할은 충실했지만 업계 현안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업계 내 불만도 폭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카드·캐피탈 산업이 신사업 발굴과 제도 개선에 목마른데 업계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상봉 교수처럼 업계 경험도 있고 제도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됩니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었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가 언급한 가맹점 수수료 폐지나 새로운 결제업 도입, 규제 완화 같은 아이디어들은 이상하게 지금껏 묵살됐던 숙제들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관료 출신이 또 선정된다면 카드업계는 계속 그간의 답답한 움직임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관료 낙하산이 쉽게 내려앉는 자리에서 조금 벗어나길 바랍니다. 업계 현장을 이해하는 인물이 절실한 이 시점에 단순한 '관료 얼굴 바꾸기'는 식상한 해답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카드업계는 이제 진짜 실질적 변화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선출 절차는 어떤 결실을 맺을까요? 다음 협회장은 어떤 방향으로 카드를 굴릴지, 관심이 집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