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신탕 금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개고기가 부위별로 나뉘어 진열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머리나 발처럼 인상적인 부위들이 따로 손질 없이 냉장 쇼케이스에 그대로 보관되는 모습이었죠. 불법인 줄 알면서도 버젓이 유통되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작년 개식용 종식법이 시행되었지만, 처벌 규정은 2027년까지 유예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폐업 의사를 밝힌 업체들의 준수 여부도 반기 단위로만 점검해 긴장감은 전혀 없죠. 몇몇 업체는 수십 년째 같은 곳에서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행정은 손 놓고 있는 셈입니다.
경기도 김포의 한 개농장에서 동물학대 정황이 포착됐지만, 지자체가 "운영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유예기간을 이유로 단속을 망설이며 현실과 법이 따로 노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죠. 공무원조차 "단속에 수개월 걸린다"며 의지를 꺾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개농장 1,537곳 중 40%가 폐업했지만, 1,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대형 농장 47%는 올해 폐업이 사실상 어렵다고 합니다. 즉, 동물 복지에 대한 위험한 간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죠. 단속과 폐업 압박이 없으면 과연 변화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개농장 단속을 위한 사유지 출입 권한이 없고, 잠복하는 활동가들을 역고소하는 사건도 빈번해 현장 감시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수사기관조차 도살 현장 목격 없이는 처벌이 힘들어 적극적인 개입이 제한적입니다.
동물단체는 유예기간을 끝까지 채우기보다 정부가 조기에 폐업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갈등 부담과 단속에 드는 시간·비용 문제로 소극적 행정만 반복하고 있죠. 법과 현실 사이에서 불편하더라도 빠른 해결책 모색이 시급해 보입니다.
개고기 판매와 개농장 운영에 대한 단속이 미흡한 현실, 법의 공백을 틈탄 묵인, 그리고 동물 보호와 행정의 복잡한 딜레마. 우리가 마주한 민감한 문제 앞에서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냉혹한 진실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