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조직 문화에서 ‘수평적 리더십’과 ‘수직적 리더십’은 마치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인공지능조차도 수직적 리더십을 “통제”나 “강압”으로 부정적으로 이해하는 반면, 수평적 리더십은 “자율”과 “창의”, “소통”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며, 두 가지 리더십은 인간관계와 의사결정 구조가 뒤섞여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분리하지 않을 경우, 수평적 리더십에서의 ‘만장일치’ 결정 방식은 의사결정 지연과 허술한 관계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신발업체 자포스(Zappos)의 CEO 토니 셰이는 2013년 전통적 위계 구조를 폐지하고 ‘홀라크라시(Holacracy)’라는 직위 없는 자율 조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사실상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 이 조직 체계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수평적 구조를 지향합니다. 이런 제도가 창의력과 책임감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첫째, 잦은 회의와 조율 과정이 불가피해지면서 피로와 업무 효율 저하가 심각했습니다.
둘째, 홀라크라시에 동의하지 않은 18%의 직원이 자발적 퇴사를 선택하며 핵심 인력도 크게 이탈했습니다.
셋째, 중간 관리자의 부재로 인해 리더십 육성이 어려워졌으며, 경험과 역량 발휘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넷째, 명확한 KPI 부재로 성과 추적이 불가능해지면서 조직의 방향성이 흐려졌습니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결정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명확한 리더 역할이 부재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되었고, 결국 자포스는 아마존에 인수되면서 홀라크라시 체제도 사실상 퇴색했습니다.
이 사례는 조직에선 각자 명확한 역할이 있고, 결정권을 갖춘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저자 문성후 대표는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로 ‘결정’을 꼽았습니다. 여러 역할 중 특히 리더는 ‘결정’의 과정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작은 결정들이 모여 큰 방향성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수평적 리더십이 관계 기반 평등을 지향하더라도, 결정을 리더에게 위임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를 낳습니다. 에린 메이어 교수의 리더십 문화 지도를 보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관계는 평등하되 최종 결정은 리더가 내립니다. 이는 ‘관계는 수평, 결정은 수직’이 조직 운영에서 바람직한 균형임을 의미합니다.
리더는 ‘결정’ 하나만큼은 확실히 수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조직은 명확한 방향성과 효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조직 문화라도 결정을 책임지는 리더가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리더십의 핵심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