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건축자재 납품 업체인 원고가 D호텔 신축공사 현장에 자재를 납품했으나 하도급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공사 현장대리인 F이 시공사인 피고를 대리하여 미수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했다며 피고에게 자재대금 8천여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현장대리인에게 채무인수를 할 대리권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D호텔 신축공사현장에 건축자재를 납품하고 E 주식회사로부터 82,105,540원의 미수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공사 현장대리인 F은 2022년 11월 17일, 피고가 E 주식회사를 대신하여 원고에게 2023년 1월 10일까지 해당 미수금을 변제하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했습니다. 원고는 이 약정서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미수금과 이에 대한 이자 지급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현장대리인 F에게 그러한 채무인수 약정을 할 대리권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의 현장대리인 F이 피고를 대신하여 원고에게 자재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할 대리권이 있었는지 여부와, 만약 대리권이 없었다 하더라도 민법상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피고가 약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였습니다. 법원은 현장대리인의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 채무인수와 같은 행위가 포함되는지, 그리고 피고가 F에게 그러한 특별한 권한을 부여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현장대리인 F이 원고와 작성한 자재대금 지급 약정은 피고에게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고가 F에게 채무인수를 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채무인수 행위가 현장대리인의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정서에 피고의 법인인감 날인이나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지 않았고, 피고가 이미 소외 회사로부터 공사 포기서를 받은 상황에서 그 채무를 인수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F에게 채무인수를 할 유권대리가 성립하지 않으며, 기본대리권의 수여가 부족하여 표현대리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의 대리권 및 표현대리 법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민법 제114조 (대리행위의 효력):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합니다. 즉, 본인(피고)이 대리인(F)에게 채무인수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했고 F이 그 권한 내에서 약정을 했다면, 피고에게 효력이 미칩니다.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 범위 밖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라도, 상대방(원고)이 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본인(피고)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경우, 현장대리인의 통상적인 업무는 건축 공사 관리 및 계약 이행 등이며 채무인수는 특별한 권한이 요구되는 행위이므로,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이 판결에서는 피고가 F에게 채무인수 권한을 수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통상적인 현장대리인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로 보았으며, 약정서의 형식적 요건(법인인감 등)도 미비하여 유권대리나 표현대리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채무인수와 같이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대리권 유무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현장대리인과 같이 특정 범위의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인과 계약 시, 해당 계약 내용이 대리인의 통상적인 업무 범위를 넘어설 수 있으므로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거나 본인의 명확한 위임장을 받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인과의 계약에서는 법인인감 날인 여부, 인감증명서 첨부 등 공식적인 절차가 갖추어졌는지 꼼꼼히 확인하여 약정의 효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미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제3자가 그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 제3자가 실제로 채무를 인수할 만한 정당한 사유나 권한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