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원고 A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피고 B, C 부부의 아파트를 5억 9,000만 원에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5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들은 정식 계약 체결 전 매도 의사를 철회하고 송금받은 500만 원을 원고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이 일방적으로 매매계약을 해제했다며, 이미 반환받은 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약금 5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아파트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송금된 500만 원은 가계약금 또는 계약증거금에 불과하여 위약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B, C 부부는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아파트 한 채를 5억 9,000만 원에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원고 A는 공인중개사 D을 통해 피고들 측 공인중개사 E에게 해당 아파트의 매수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후 공인중개사들은 매매계약서 작성 일자를 2018년 10월 9일 오후 4시로 정하는 등 연락을 주고받았고, 원고는 2018년 10월 5일 피고 C의 계좌로 5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들은 2018년 10월 8일 공인중개사를 통해 원고 측에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2018년 10월 9일 원고로부터 받은 500만 원을 원고의 계좌로 다시 송금했습니다. 원고는 2018년 10월 17일 피고들에게 매매계약의 일방적 파기로 인해 반환받은 500만 원 외에 추가적으로 위약금 5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했지만 피고들이 응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아파트 매매계약이 법적으로 확정적으로 성립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원고가 피고들에게 송금한 500만 원이 민법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을 갖는지, 그에 따라 피고들에게 위약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의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당사자 간에 계약의 본질적 또는 중요 사항에 대한 구체적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아파트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성결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액수 및 지급 시기, 매매목적물 인도 시기 등 핵심 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가 없었고, 공인중개사들이 최종 계약 체결의 대리권을 가졌다고 볼 증거도 부족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송금한 500만 원은 전체 매매대금 5억 9,000만 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계약금(5,900만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이는 본계약 체결 전의 '가계약금' 또는 '계약증거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른 계약금의 해약금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가계약금에 대한 별도의 배액 상환 약정 역시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들에게 위약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계약의 성립 요건과 민법상 계약금의 효력에 관한 법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1. 계약의 성립 요건: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필요합니다. 이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모든 세부 사항에 관하여 있을 필요는 없지만, 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의 액수와 그 지급시기, 지급방법, 매매목적물의 인도 시기 및 방법 등은 계약의 본질적 또는 중요 사항에 해당합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이러한 중요 사항들에 관하여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2. 민법 제565조 제1항 (해약금):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조항은 '계약금'이 해약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피고들에게 송금한 500만 원을 매매계약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계약금'이 아니라, 본계약 체결 전의 일시적인 '가계약금' 또는 '계약증거금'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해약금 관련 규정이 곧바로 적용되지 않으며, 가계약금에 대해 배액을 상환하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었기에 피고들에게 위약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부동산 매매와 같은 중요한 계약은 구두로도 성립될 수 있지만,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액수와 지급 시기, 매매목적물 인도 시기 등 핵심적인 사항들에 대해 당사자 간의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합의가 있어야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를 진행할 경우, 공인중개사가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약 체결에 대한 최종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매대금의 일부를 '가계약금' 명목으로 먼저 지급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 가계약금만으로는 정식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통상적인 계약금 비율(매매대금의 10%)에 비해 현저히 적은 금액을 송금하는 경우에는 계약금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기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계약금 지급 시, 만약 추후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의 처리 방식(예: 전액 반환, 일부 몰수, 배액 상환)에 대해 명확하게 약정을 해두는 것이 향후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명확한 약정 없이는 민법상 계약금에 적용되는 해약금 규정(배액 배상 등)이 가계약금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래 당사자들 간에 직접 연락처를 주고받아 중요한 사항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