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가 사망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

원고 A는 사망한 E의 사실혼 배우자로서, E 사망 직전 보험수익자를 자신으로 변경하는 서면 동의를 받아 보험회사들에게 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E의 의사능력이 인정되고 사망 보험금 수익자 변경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보험회사들이 원고에게 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사망 보험금 외 암 진단비 등 다른 보험금에 대해서는 수익자 변경 통지가 없었으므로 해당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또한, 법률혼 관계의 배우자 B에 대한 보험수익자 확인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E과 약 25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납입한 사람입니다.
• 피고 B: 사망한 E의 법률혼 관계 배우자로, E과 오랜 기간 별거 중이었지만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 피고 C 주식회사, 피고 D 주식회사: E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던 보험회사들입니다.
• 사망한 E: 원고 A의 사실혼 배우자이자 피고 B의 법률혼 배우자로, 두 보험 계약의 피보험자입니다.

분쟁 상황

E은 법률혼 관계의 배우자 B과 1996년에 혼인했으나, 곧바로 별거하며 자녀 없이 지냈습니다. 이후 원고 A와는 1998년부터 E이 사망한 2023년까지 약 25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원고 A는 E을 피보험자로 하는 두 건의 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납입했습니다. E이 간암으로 사망하기 하루 전인 2023년 6월 5일, 원고 A는 법무법인 직원의 도움을 받아 병실에 입원 중이던 E으로부터 '보험수익자를 원고 A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소송위임장을 받았습니다. 이후 법무법인은 보험회사들에 사망 보험금 수익자를 원고 A로 변경해 달라는 통지를 했습니다. 그러나 보험회사들은 E이 위임장 작성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거나, 수익자 변경을 위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불충분했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보험회사들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고, 법률혼 배우자인 피고 B에게는 자신이 보험수익자임을 확인해 달라고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망 직전 피보험자 E이 보험수익자 변경 동의를 할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여부.
2. 사실혼 배우자인 원고 A가 보험수익자 변경에 필요한 피보험자 E의 서면 동의를 적법하게 받았는지 여부.
3. 사망 보험금 외의 다른 보험금(예: 암 진단비)의 수익자도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4. 법률혼 관계의 배우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실혼 배우자가 보험금 수익자로 지정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원고 A의 피고 B에 대한 '보험수익자가 원고임을 확인해달라'는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되었습니다.
2. 피고 C 주식회사는 원고 A에게 사망보험금 2천만 원과 이에 대한 2023년 9월 25일부터 2024년 1월 1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3. 피고 D 주식회사는 원고 A에게 사망보험금 5천만 원과 이에 대한 2023년 9월 25일부터 2024년 1월 1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4. 원고 A가 피고 C 주식회사와 피고 D 주식회사에 청구한 나머지 보험금(사망보험금 이외의 암 진단비 등)은 기각되었습니다.
5. 소송 비용은 원고와 피고 B 사이는 원고가, 원고와 피고 C 사이는 원고가 1/2, 피고 C이 나머지를, 원고와 피고 D 사이는 원고가 2/7, 피고 D이 나머지를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보험자 E이 사망 직전 작성한 소송위임장이 보험수익자 변경에 대한 적법한 서면 동의로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망 보험금에 한하여 사실혼 배우자인 원고 A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으나, 사망 보험금 외 암 진단비와 같은 다른 보험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익자 변경 통지가 없었으므로 해당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법률혼 관계의 배우자 B에 대한 보험수익자 확인 청구는 법률상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상법 제731조 제1항 (타인의 생명보험)​ 이 조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은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 체결 후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때에도 이 규정을 준용하여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판례는 이 서면 동의가 각 보험계약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포괄적인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지만, 피보험자가 특정 보험 계약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권한을 수여하여 대리 또는 대행으로 서면 동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유효하다고 인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E이 사망 전 작성한 '보험수익자 변경을 포함한 일체의 권한 위임' 내용의 소송위임장이 이러한 서면 동의에 해당한다고 보아 사망 보험금 수익자 변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상법 제734조 제1항 (보험수익자의 변경)​ 이 조항은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수 있고,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때에는 보험자에 대하여 그 통지를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보험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보험수익자를 변경하려면 보험회사에 그 사실을 통지해야만 보험회사에 대해 변경된 수익자가 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망 보험금에 대한 수익자 변경 통지는 이루어졌다고 보았으나, 암 진단비 등 다른 보험금에 대해서는 통지서에 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상법 제657조 제1항, 제658조 (보험금 지급)​ 이 조항들은 보험회사가 보험사고 발생 통지를 받은 후 지체 없이 지급할 보험금을 정하고, 정해진 날부터 10일 내에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보험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지체할 경우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소장 부본이 보험회사에 송달된 날을 보험사고 발생 통지일로 보고, 그로부터 10일 후를 지연손해금의 기산일로 삼았습니다.
4. 확인의 소의 이익 확인의 소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그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허용됩니다. 피고 B은 보험수익자 변경에 관하여 다투지 않고 있었고, 보험수익자 변경에 피고 B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보험수익자가 원고임을 확인해달라'는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어 각하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사실혼 관계에서도 피보험자의 명확한 서면 동의를 받으면 사망 보험금의 수익자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법률혼 배우자가 있더라도 피보험자의 진정한 의사가 중요합니다.
2.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는 반드시 자필 서명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피보험자가 권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여받은 대리인이 서면 동의를 대행한 경우에도 유효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보험수익자 변경 시에는 보험 계약 전체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여 사망 보험금뿐만 아니라 암 진단비, 입원비 등 다른 종류의 보험금에 대해서도 수익자 변경이 필요한 경우 각각 명확하게 통지해야 합니다.
4. 피보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의사능력에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위임장 작성 시 의료 기록, 간호 기록, 동석자의 증언 등을 통해 피보험자의 의사능력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보험수익자 변경 통지는 보험회사에 도달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통지 방법과 내용이 보험 약관 및 관련 법규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