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B는 부하 직원인 피해자 C와 회식 후 술자리를 가졌고, 만취한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준 뒤 성관계를 가졌다는 혐의(준강간)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CCTV 영상, 카카오톡 대화 내역, 술값 결제 기록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하여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4년 10월 31일 저녁, 피고인 B(과장)와 피해자 C(부하 직원)는 회식 후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다음 날인 2024년 11월 1일 00시 19분경, 피고인은 술에 취한 피해자를 피해자의 집으로 데려갔고, 침대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술에 만취하여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속옷까지 벗은 채 누워있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고 진술하며 피고인을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자신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으며, 피해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CCTV 영상에서 스스로 걷고 휴대전화를 조작하며 피고인과 대화하는 모습, 남자친구와 수십 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 자신의 신용카드로 술값을 계산한 사실 등 여러 객관적 증거를 종합할 때, 단순히 기억 형성 실패인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을 뿐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의 진술과 정황 증거들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 준강간의 고의를 가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 제299조 '준강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강간죄와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됩니다.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말하며,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었거나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 능력과 대응·조절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포함합니다. 법원은 '알코올 블랙아웃(기억 형성 실패)'과 '패싱아웃(의식 상실)'을 구분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해야 하며, 블랙아웃 상태일지라도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에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피해자의 언동, 피고인과의 관계, 성적 접촉 장소와 방식, 피해자의 연령과 경험, 심리적·정서적 상태,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 등 모든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와 피고인에게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도719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음주 후 타인과 성관계를 가질 때는 상대방의 명확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술에 취해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면, 동의 없이 이루어진 성관계는 준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일 뿐 의식이나 판단 능력이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기억 상실만으로 심신상실 상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패싱아웃'과 같이 의식을 잃고 수면 상태에 빠진 경우는 심신상실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CCTV 영상, 메신저 대화 내용, 카드 결제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는 당시 상황과 당사자들의 의식 상태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성관계 당시의 상호작용(예를 들어, 체위 변경, 특정 행위 등)은 자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성관계 전후 당사자들의 관계, 평소 음주 습관, 음주 후 행동 양상, 그리고 사건 이후의 대화 내용 등도 법원의 판단에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