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F은 피고 보험사와 종신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실효 후 부활시켰습니다. 2018년 F이 사망하자 배우자와 자녀들(원고들)은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피고 보험사는 F의 사망이 약관상 면책 사유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원고들은 F이 스트레스 해소와 환각을 목적으로 질소가스를 흡입하다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우발적으로 사망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망 F은 2014년 피고 보험사와 종신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16년 보험료 연체로 계약이 실효되었으나, 2017년 9월 밀린 보험료와 연체이자를 납입하며 계약을 부활시켰습니다. 2018년 1월 26일 F이 사망하자, 배우자 A는 2019년 1월 피고에게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F의 사망이 자살로 판단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해지환급금 일부를 지급했습니다. 원고들은 F이 환각 목적으로 아산화질소가스를 흡입하다가 우발적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1,425,000,000원의 사망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보험자 망 F의 사망이 보험 약관에서 정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 F의 사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질소가스를 흡입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상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인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의 요건인 '우연한 사고'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고의가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며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우연성, 외래성, 그리고 상해나 사망 결과와의 인과관계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습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다35215, 35222 판결 참조).
한편, 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이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때 보험자는 자살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57 판결 참조).
본 사례에서 법원은 망 F이 사망 직전 두 차례 보험사 콜센터에 사망보험금 액수를 구체적으로 문의하며 사망시 보장 내용을 확인한 점, 사망 3~4일 전 공업용 질소가스를 구입하고 호스를 호흡기 마스크에 연결한 후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운 채 질소가스통 잠금장치를 개방하여 흡입한 점, 망 F의 배우자 A가 최초 경찰 조사에서 망 F의 사업 실패와 채무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증 진단 등을 언급하며 자살 가능성을 진술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망 F이 환각 목적이 아닌 자유로운 의사결정 상태에서 사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질소가스를 흡입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망 F의 사망이 보험 약관상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사망보험금 청구 시 자살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 망인의 사망 전 행적, 심리 상태, 주변인과의 대화, 금융 상황 등 객관적인 증거가 사망 원인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보험 약관에 명시된 면책 조항, 특히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같은 내용은 사전에 충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질소가스와 같은 유해 물질 흡입은 환각 목적이라 할지라도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고의적인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망 직전 보험금에 대한 구체적인 문의나 관련 정보 탐색 행위는 사망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 시 진술 내용은 신빙성 판단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최초 진술의 신빙성이 높게 평가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