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사망한 G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인 원고들이 G씨가 생전에 가입했던 보험 계약에 따라 보험회사인 피고들에게 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사건입니다. G씨는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원고들은 G씨가 심신상실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므로 보험금 면책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G씨의 자살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 상실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보험사들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망인 G씨는 2015년 2월 피고 E 주식회사와 2016년 9월 피고 F 주식회사와 각각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17년 8월, G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고 수사기관은 타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의 처 A와 자녀들인 B, C, D는 망인이 사망 전 우울증으로 심리 및 약물치료를 받았으며 자살충동이 심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회사들은 망인의 자살이 고의적인 행위로 약관상 보험금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습니다.
피보험자가 우울증 치료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이를 보험 약관에서 정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로 보아 보험금 지급 면책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망인이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더라도,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재판부는 상법상 자살은 피보험자가 자기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생명을 절단한 행위를 의미하며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망인이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자살충동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재정적 어려움, 잦은 부부싸움과 죽고 싶다는 발언, 자살 암시 문자 전송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망인이 심리적 우울 상태를 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망인의 자살은 보험 약관상의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며 면책 예외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아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법 제659조 제1항(보험자의 면책사유)과 제732조의2(자살의 경우 보험자의 책임)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상법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자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예외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란 단순히 우울감이나 심리적 고통을 넘어서 합리적인 판단이나 선택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정신적 제약 상태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태였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자살자의 나이, 성격, 신체적·정신적 상황, 질병의 발병 시기 및 정도, 자살 직전의 구체적인 상태, 주변 환경, 자살 당시의 행동, 동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망 보험금 청구 시 자살이 고의적 행위가 아닌 심신상실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려면 사망자의 정신 상태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우울증 치료 기록이나 자살 시도 정황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며 자살 직전의 행동, 주변 상황, 경제적 상태, 가족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사망자가 평소에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던 기록 등은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 상실을 인정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보험 약관에 따른 면책 및 예외 조항을 반드시 확인하고 본인의 상황과 약관 내용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