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인력 운송을 무면허 도선사업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 사건

유한회사 B의 대표 A가 도선면허 없이 유한회사 B 소유 선박으로 건설 현장 인부들을 운송하여 유선및도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선박대여업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선박의 실질적인 운항 지배권, 운송료 지급 방식, 계약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들의 행위는 도선사업이 아닌 선박대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유한회사 B의 대표이사. 도선면허 없이 선박을 운항하여 유선및도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 피고인 유한회사 B: 선박 통선업 등을 하는 법인으로, 대표 A의 업무에 관하여 무면허 도선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 선박의 공유자이자 항만용역업체입니다.
• 주식회사 H (이 사건 J): 피고인 유한회사 B로부터 선박을 임대하여 해양 공사 현장 인부 및 장비를 운송한 회사입니다.
• 유한회사 I: 피고인 A이 설립한 회사로, 주식회사 H와 선원관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분쟁 상황

군산시 소재 유한회사 B의 대표 A가 도선면허 없이 회사의 선박으로 김제시 인근 해상 공사 현장의 인부들을 153회에 걸쳐 운송하고 월 일정액을 받은 사건입니다. 검찰은 이를 유선및도선사업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피고인 측은 자신들의 행위가 선박대여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정에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특정 목적의 선박 운송 서비스가 어떤 법률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분쟁입니다.

핵심 쟁점

피고인들이 도선면허 없이 선박으로 인부들을 운송한 행위가 유선및도선사업법상 '도선사업'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해운법'상 '선박대여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 A과 유한회사 B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의 행위를 '도선사업'이 아닌 '선박대여업'으로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 이 사건 선박의 실질적인 운항 지배권은 피고인들이 아닌 주식회사 H에 있었습니다. 선장은 주식회사 H 직원들의 지시를 받아 운항했으며, 피고인들은 구체적인 운항에 관여한 바 없습니다.
2. 피고인들은 운송한 인부의 수, 물자의 양, 운항 횟수에 비례하여 대금을 받지 않고 매월 고정액을 지급받았습니다.
3. 주식회사 H는 선원관리계약을 통해 선장의 급여를 포함한 관리료를 책정하고 선장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으며, 선박의 유류대도 직접 지불했습니다.
4. 도선사업과 선박대여업의 구분은 일반 여객 운송을 영업으로 하는지, 아니면 특정 목적을 위해 선박을 대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특정 목적의 선박 대여는 해운법상 선박대여업에 해당합니다.
5. 해양 공사 현장과 같이 특정 목적을 위해 제한된 기간 동안 운행되는 통선에 불특정 다수 여객 운송을 전제로 하는 도선사업 면허 요건(매표소, 선착장 설치 등)을 강제할 정책적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6. 유선및도선사업법이 해운법과의 관계에서 도선업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설정하여 구분이 어려운 경우,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 보장을 위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따라 도선업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선박 대여에 해당하며 도선사업의 면허나 신고 의무가 없으므로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 증명이 없어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선및도선사업법 제2조(정의)​: '도선사업'을 내수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다목에서 사람 또는 사람과 물건을 운송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해운법'을 적용받지 아니하는 것을 명시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 도선사업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으나, 법원은 특정 목적의 선박 대여는 해운법상 선박대여업으로 보아 도선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유선및도선사업법 제3조(사업의 면허 또는 신고)​: 유선 및 도선사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도선의 규모 또는 영업구역에 따라 관할관청의 면허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피고인들이 이 조항에 따른 면허나 신고 없이 영업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도선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면허 또는 신고 의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 (판결 공시 예외)​: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 공시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조항에 따라 판결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법률 규정이 추상적이거나 불분명하여 도선업과 선박대여업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도선업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즉, 법의 불명확성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참고 사항

1. 선박을 이용한 운송이나 대여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해당 행위가 '유선및도선사업법'상 도선사업에 해당하는지, 또는 '해운법'상 선박대여업에 해당하는지 등 관련 법령을 사전에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2. 사업의 성격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은 선박의 실질적인 운항 지배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운송료가 운항 횟수나 인원에 비례하는지 아니면 월 고정액인지, 유류대 등 제반 비용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 등입니다.
3. 특히, 해양 공사 현장 인력 운송과 같이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목적의 운송인 경우, 도선사업이 아닌 선박대여업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습니다.
4. 계약 체결 시에는 선박 임대차 계약인지 운송 용역 계약인지 등 계약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선박의 운항 지시 및 감독 권한, 유류대 등 제반 비용 부담 주체 등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분쟁 발생 소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법률 규정이 추상적이거나 불분명하여 사업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관련 기관에 문의하여 사업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